초등1학년 엄마 성적표 : 미흡 3

소리치고 화를 냄

by 우즈

스티커를 붙이고 오라고




입학 후 5월까지 아이의 담임 선생님에 대한 나의 신뢰는 아주 깊었다. 입학 첫날, 반 아이들에게 소개했다던 담임 선생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아이로부터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초등 4, 6학년 아이 둘을 키우고 계셨고 교직 경력이 꽤 오래된 분이셨다.


학기 초에 보내주신 '학부모님께 드리는 당부 말씀'이란 내용에서 뻔한 메시지가 아닌 선생님만의 교육 철학이 담긴 메시지를 읽었고 아이가 하는 말을 들어봐도 반 아이들에게 친근하면서도 강단 있는 모습이 있어서 우리 아이는 참 선생님 복이 많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간간히 보는 선생님의 카톡 프로필 사진에서도 늘 공부하시는 듯한 모습이 자주 눈에 들어와 교육에 대해 진심으로 노력하시는구나. '참 교사'라고 생각이 들던 분이었다.


그런 분이 말씀하셨기에 한 번 더 생각해 봤다.

저녁에 남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친정 엄마와도 나누고 아이 또래 지인 엄마와도 나눠보고 '선생님'을 직업으로 가진 지인과도 이야기를 나눠봤다. 그들의 공통된 말은 같은 부모 입장에서 본인이라면 더 일찍 화를 냈으면 냈지 화가 안 나지 않겠다란 의견이 많았고 담임선생님의 말씀도 그대로 맞다는 거였다. 육아가 참 어렵다는 결론으로 끝이 나는 식이었다.


시간이 흘렀고 어느 날,




그런데 어머니가
진짜 화가 났던 이유가
뭐였을까요.



그 말에 대한 답이 떠올랐다. 생각이 스치는 순간 아차, 싶었다.



나는 아이에게 화를 낼 당시, 엄마가 너에게 화를 내는 이유에 대해서 '네가 다 함께 하는 약속이란 것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배워가는 건데 너만 안 하면 안 된다'라고 설명했었다. 솔직하다고 생각했던 내 마음속에는 초등 1학년 아이가 그런 것을 배우러 학교에 가는 것이란 마음이 컸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번 사건이 그것을 아이에게 배우는 데 있어서 중요한 사건이라 여겼다.


그런데 그날 내가 떠올린 답은 이게 아니었다.





진짜 내가 화난 이유에는



다른 엄마들이 다 보고 있는
클래스팅에서
우리 아이가 스티커를 안 붙인 채로
사진 찍힌 모습이 싫었던 것이다.


나는 그 해 첫 아이의 초등 입학과 함께 한껏 예민해져 있었고 아이와 같은 반 엄마들 사이에서 적당히 교양 있는 척하느라 매일이 정신 사납고 버거웠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백조처럼 우아했지만 집에 와서 아이를 보면서는 다급한 마음에 내 마음속 발길질이 너무나 빨랐던 시절이었다. 시간이 지나니 그게 보였다.


선생님께 보낸 문자의 내용도 다시 보면, 며칠째 스티커를 안 붙이는 아이에게 집에서 이런 가정교육을 시키는 엄마라는 인상을 주고 싶어 그 과정을 나열하는 내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이렇게 훈육하고 있어요라고 담임선생님께 어필하고 싶었던 마음이 아예 없었다고 말 못 하겠다. 그들에게 보이는 나와 내 아이, 우리 가정이 어떻게 비칠지 계산한 행동들이 녹아있었다. 초등 학부모를 수백 번 상담했을 담임 선생님 눈에 그게 다 보이지 않았을까. 천천히 가고 싶은 아이와 그걸 못 견디는 다급한 엄마.



아, 내가 극도록 예민한 시절이었구나.
엄마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구나.
내 아이가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구나.


우리 아이는 지금도 그날을 기억한다. 엄마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화를 낸 날인데 너무 무섭게 소리쳤기 때문이다. 이제는 화가 날 때마다 다섯 번씩 나에게 물어 진짜 이유를 찾는 연습을 많이 했다. 나는 지금도 사과한다. 벌써 그 사과만 일곱 번은 한 것 같다. 사실대로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가
그때 좀 여러 가지로
예민했었어.

다른 아이들은 다 하는데
너만 안 하는 것 같아서
빨리 해야 된다고 생각했거든.
너는 너만의 속도가 있었을 건데
엄마가 너무 다그쳐서 미안해.


지금 돌아봐도 초등 1학년 엄마이던 시절이 짠하게 느껴진다. 그 시절을 지나는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신경 쓰느라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그런 불안한 엄마 곁에서, 엄마 눈치 살피느라,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었을 아이에게 미안했다고 앞으로도 '엄마가 그때 나한테 화를 엄청 냈잖아'라고 말할 때마다 꼭 안아주려고 한다.


이렇게 글로 다 풀어내니 내용이 길다. 적고 보니 초등 1학년 아이를 둔 엄마 성적표에 평가 잘못 받을까 봐 무서워 안달복달했던 내가 보인다. 평가를 받는 대상이 잘못되어서 두려웠던 거였다. 이제 엄마 성적표는 옆집 엄마들 말고 담임 선생님 말고 우리 아이에게 받으려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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