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중심 vs 사람 중심
채용 트렌드는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가 명확히 정해져 있고, 그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곧바로 뽑는 ‘일 중심 채용’으로 흘러가고 있다. 과거 한국 기업들이 사람 중심으로 ‘좋은 사람을 뽑아서 여러 직무를 순환시킨 후 적합한 일을 맡긴다’는 방식이었다면, 요즘은 미국식 일 중심 모델이 우세하다. 경기 불황, 높은 이직률 등으로 인해 사람을 천천히 키워서 쓰기에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이유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일 중심 채용은 우선 맡길 업무와 핵심 과업이 명확해야 한다. 이 사람이 입사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맡길지가 결정되어 있어야, 그 업무에 필요한 경험과 역량을 가진 인재를 골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람 중심 채용은 인재가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훌륭한 사람을 뽑아 다양한 직무에 배치하는 전통적 방식이다. 신입사원 대거 공채 후 여러 부서를 순환하며 능력을 확인한 뒤 최적의 직무를 찾아주는 식이다. 이 모델의 전제는 ‘한번 입사한 인원은 한 회사에서 퇴직할 확률이 높다’라는 것과 ‘일 잘하는 사람은 무엇을 맡겨도 잘한다’라는 믿음이다.
그러나 경기 불황과 이직이 잦아지는 경향으로 인해 구성원을 천천히 교육하여 성장시키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회사들은 당장 쓸 수 있는 준비된 인력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 중심 채용에서는 ‘어떤 일을 시킬 것인가?’가 불분명하면 문제가 생긴다. 역할이 분명해야, 그 역할에 필요한 역량이 정해지고, 그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채용 프로세스 전반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육 담당자를 뽑는다고 가정했을 때, (1) 이미 갖춰져 있는 신입사원 과정을 루틴하게 운영하면서 직접 강의를 해줄 사람을 뽑는 것과 (2) 아직 갖춰지지 않은 리더 과정을 새롭게 처음부터 만들어내어 사내 또는 외부 강사와 협력하여 교육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뽑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신입사원에게 직접 강의를 할 사람을 뽑을 때는 전달력이 뛰어나고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 반면, 리더 과정을 기획할 사람을 뽑을 때는 탁월한 논리적 사고력과 리더십에 대한 지식 및 경험, 문제 해결적 접근 등이 필요하다.
따라서 앞으로 해야 할 업무 내용이 모호한 상태에서 데려온 사람은 본인이 상상했던 업무와 회사가 기대했던 업무가 달라서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입사 후에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혼란이 장기화될 수 있다.
업무를 세세하게 구분해두지 않아도 핵심 과업만이라도 명확히 정의해 놓으면 훨씬 채용이 수월해진다. 예를 들어, 교육 담당자를 채용한다면 다음과 같은 핵심 과업을 먼저 결정한다.
신입사원에게 회사의 핵심 프로세스를 교육해야 한다.
실제 강의도 직접 진행해야 한다.
핵심 과업이 정해지면,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지식, 스킬, 태도에는 무엇인지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강의 능력 (발표력)
교육 콘텐츠 기획력
사교성
긍정적인 태도
그 후, 해당 역량을 실제로 갖췄는지 검증하기 위해 시범 강의나 PT 면접을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신입사원 교육 담당자와 리더 교육 담당자를 채용할 때, 다음과 같은 과제를 주었다.
1) 시범 강의
입사하면 실제로 수행하게 될 교육 주제를 주고, 면접 시에 지원자가 시범 강의를 해보도록 했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 교육에서 회사의 비즈니스에 대한 강의를 해야 한다면 회사의 특정 사업과 관련된 주제(예: 이커머스 풀필먼트 프로세스)를 제시하고 1주일 동안 준비할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면접에서 지원자가 직접 작성한 PPT를 통해 신입사원에게 이 주제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를 보여주게 했다.
이를 통해, 지원자의 PPT 제작 능력과 강의력뿐만 아니라, 새로운 주제에 대한 빠른 학습력과 대처능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채용했던 인원들은 1달 이내에 모두 실무에 투입되어 스스로 회사에 대한 강의를 직접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 기획안 PT 발표
리더교육 담당자를 채용하는 과정에서는 회사 내 리더들의 특징과 리더 역량 진단 결과 등을 요약해 주고, ‘신임 팀장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해 달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1주일 정도 준비 기간을 주었고, 면접에서는 지원자가 준비해 온 기획안을 발표하고 Q&A를 진행해 실제 역량을 검증했다.
이를 통해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 리더 교육에 대한 철학, 논리적 사고력의 수준, 문제 해결적 접근, 리더십에 대한 이론적 이해 등을 가지고 있는지를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1. 입사한 후 당장 수행할 업무를 먼저 정의: 채용하려는 포지션이 구체적으로 어떤 핵심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지 확실히 정한다.
2. 그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구체화: 지식(리더십에 대한 전문 지식), 스킬(강의력, 보고서 작성 능력), 태도(성장 마인드셋, 적극성)로 나누어 업무 수행에 꼭 필요한 역량을 정한다.
3. 검증 방법 설정: 시범 강의, PT 면접, 과제 제출, 롤 플레이, 상황 면접(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질문) 등 실제 업무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방식을 활용한다.
회사가 원하는 핵심 과업을 수행할 준비가 된 사람을 뽑는다면, 채용 후 적응 기간이 최소화되고 빠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 팀원이 어떤 역량을 더 키우고 어떤 직무에 관심을 두는지는 별도의 고민이 필요할 수 있지만, 적어도 처음부터 ‘수행 업무에 적합한 사람’을 찾았다는 점에서 회사와 개인 모두 낭비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