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툴
처음 팀장 역할을 맡으면 ‘내가 독단적으로 결정해도 될까, 아니면 팀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할까?’라는 고민이 생기기 쉽다. 외부 리더십 전문가들로부터 ’팀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팀원의 의견을 의사 결정에 반영해야 좋은 리더다’라는 말을 지속해서 들어와서 인지 또는 팀원 시절 팀장을 싫어했던 생각이 남아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일을 팀원들과 함께 의논하지 않으면 팀원들에게 미움을 받게 될까 봐 걱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팀원의 의견을 모두 수용하려고 할수록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업무가 지연되기도 한다. 반대로, 리더의 의견을 밀어붙이면, 팀원들이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딜레마를 체계적으로 풀어보려면, 브룸과 예튼, 그리고 제이고의 의사결정 규범 모델을 참고할 수 있다.
브룸과 예튼, 제이고가 제안한 이 모델은, 리더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사결정 방식을 택해야 하는지’를 빠르게 결정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의사결정 방식은 크게 독단적(AI, AII), 상의적(CI, CII), 집단적(GII)으로 분류된다. 리더가 모든 걸 혼자 결정하는 ‘독단적 방식’, 리더가 팀원에게 조언을 구하되 최종 결정은 리더가 하는 ‘상의적 방식’, 그리고 팀원들과 함께 결론을 도출하는 ‘집단적 방식’이다. 이 방식들 중에서 어느 것을 택할지는 문제의 특성(긴급성, 문제 구조화 정도, 팀원들의 전문성·동의 필요성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 모델의 핵심 메시지는 한 가지 방식만을 고집해서는 안 되며,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팀원들의 전문성이 높고, 의사결정에 대한 참여와 지지가 꼭 필요한 경우라면 집단적 방식을 택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효과적이다. 반면, 결정 구조가 명확하고 시간이 급하거나, 리더 혼자 가진 정보가 팀원보다 훨씬 많아 팀원들과 논의해 봐야 별 이점이 없을 때는 독단적 방식이 낫다는 식이다.
(참고) 의사결정 규범 모델 (Vroom-Yetton-Jago) - 위키피디아
신임 팀장 X는, 본부장과 협의해 팀의 대략적 방향성과 목표를 잡았다. 그리고 팀원들에게 “본부장님이랑 상의해 봤는데, 올해 우리 팀은 이렇게 가기로 했습니다”라고 통보했다. 그런데 팀원들은 “왜 그런 중요한 걸 독단적으로 결정하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그들은 “방향성은 우리 팀 모두가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참고로, 당시 신임 팀장보다 소속 팀원들의 업무 전문성이 높았고, 팀장과 팀원들의 나이대가 비슷했다.
모델 적용
문제 특성: 팀 전체가 향후 어떤 길을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작업은, 팀원들의 동의와 열정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추천 방식: 의사결정 규범 모델에서는, 구성원들의 전문성이 필요한 방향 설정이나 가치관 정립 같은 문제일수록 ‘상의적(CI, CII)’ 또는 ‘집단적(GII)’ 접근을 권장한다.
해결: 이런 유형의 결정은 리더가 대략적인 안(본부장과 협의한 내용)은 준비하되, 팀원들과 ‘왜 이런 방향인지’를 논의하고, 보완점을 함께 찾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구성원들의 지지를 얻고, 실행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다른 팀에서는, 신임 팀장 Y가 모든 결정을 팀원과 공유하고 의견을 구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사소한 물품 구매나 단순한 보고서 양식 변경까지도 1~2주씩 회의에 부쳐서 결정을 내렸다. 팀원들은 “이런 사소한 건 그냥 팀장이 알아서 결정하지, 왜 일일이 물어보냐”며 불만을 제기했다. 심지어 팀장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모델 적용
문제 특성: 물품 구매나 양식 변경 등은 급박하지 않은 이상 구조가 단순하거나, 리더가 이미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을 경우가 많다. 또한 팀원들의 동의나 참여가 그렇게 필수적이지 않을 수 있다.
추천 방식: 이런 경우 모델에서는 리더가 ‘독단적(AI, AII)’ 또는 ‘상의적(CI)’으로 가볍게 처리해도 무방하다. 모든 결정을 집단적(GII)으로 가져가면 시간이 과도하게 소요되고, 팀원들은 ‘리더가 결정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해결: 시급하거나 단순한 결정, 또는 리더가 이미 전문성·정보를 충분히 가진 업무라면, 가능한 신속히 결정하고 팀원에게 ‘최종 결론’을 알리는 정도가 효율적이다.
신임 팀장 Z는 팀 워크숍을 통해 팀원들 간 결속을 다지려고 한다. 팀원 전원이 서로가 하는 업무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인간적으로도 가까워져서 팀 내 기능 간 협업이 원활해지기를 바란다.
만약 당신이 신임 팀장 Z 라면, 어떤 의사결정 방식을 택하겠는가? 아래 의사결정 규범 모델을 활용해서 답을 내보자.
모델 적용
문제 특성: 팀 전원이 참여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이나 만족도가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단, 예산과 일정이라는 ‘가이드라인’은 팀장이 (또는 회사가) 명확히 정해둘 수도 있다.
추천 방식: 이 상황은 집단적(GII) 방식을 쓰는 게 효율적일 때가 많다. 팀장이 일단 이번 워크숍 목적과 예산, 날짜 범위를 제시한 뒤, 구체적인 장소나 프로그램은 구성원들과 함께 토론해 합의점을 찾는 식이다. 모든 의사결정을 통보형으로 진행하면, 팀원들이 워크숍을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이고 만족도가 낮을 수 있다. 하지만 완전히 방임형으로 두면 논의가 끝없이 이어지고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리더가 기준(목적, 예산, 일정 등)을 설정해 주는 동시에, 세부 사항은 함께 논의해 합의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결국 ‘어떤 결정이든 팀원들과 모두 논의해야 좋은 팀장’이라거나, 반대로 ‘팀장이 무조건 책임지고 독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라는 식의 극단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를 여러 요인(긴급성, 팀 전문성, 문제 구조화 정도, 구성원 수용 필요 등)에 따라 달리 보고, 그에 맞는 의사결정 방식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긴급하고, 문제 구조가 분명하며, 팀원 의견이 크게 필요치 않은 결정: 리더가 독단적(AI, AII)으로 빠르게 결정하고 통보한다.
2) 중간 수준의 복잡함, 또는 팀원들이 일부 전문성을 갖고 있는 결정: 리더가 팀원 의견을 들어보고(CI, CII), 최종 결정은 리더가 내린다.
3) 팀원 합의와 지지가 필수적인 결정: 집단적(GII)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브레인스토밍해, 구성원들과 함께 결론을 도출한다.
이 원리를 신임 팀장들이 알면, '이 문제는 내가 독단적으로 처리해도 된다'거나 '이 일은 팀원이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그 결과, 첫 번째 사례처럼 “왜 우리에게 묻지도 않느냐”는 반발을 줄일 수 있고, 두 번째 사례처럼 “왜 이렇게 사소한 것도 모두 논의하느라 속도가 늦느냐”는 팀의 불만도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