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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을 권고사직한 이유

권고사직이 남긴 후폭풍과 배움

by 라이블리데이즈

내가 다니던 회사는 매년 두 배씩 성장하던 스타트업이었다.

2024년에 들어 국내외 경기가 나빠져 후속 투자 유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회사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전체 인건비의 25% 감축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권고사직 계획이 은밀하게 시작됐다.


내가 속해 있던 팀은 팀장인 나를 포함해 네 명이 일하고 있었다. 회사 지침에 따라 인력 중 25%를 줄여야 했기 때문에 우리 팀도 한 명을 권고사직해야 했다. 팀의 업무 특성상 기획 역량과 운영 역량을 균형 있게 갖춘 인원이 필요했기 때문에 기획 역량이 빠르게 향상되지 않았던 한 명이 대상이 되었다.


기존까지는 기획력을 향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면서 운영을 맡길 수 있었지만,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그의 성장을 기다려 줄 시간적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전부터 수동적 공격성이나 역량 개선을 위한 노력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이미 여러 차례 피드백을 받은 이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대상자 한 명을 정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회사에서는 팀장들에게 '권고사직 면담을 진행하는 방법'을 주제로 별도의 교육을 진행했다. 그 후 모든 팀원을 1대 1로 만나며 회사의 상황과 인건비 감축 방침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회사 곳곳에서 면담이 시작되자 모든 팀원들은 본인이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에 떨기 시작했고, 면담 전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팀원들도 생겼다. 그 팀원도 이미 본인이 대상자가 될 수 있겠다는 예감을 하고 있었는지, 면담 때 크게 충격을 받거나 울분을 토하지는 않았다.


함께 일하던 입장에서 미안한 감정이 아주 없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예전부터 역량과 태도 측면에서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종종 하고 있었기 때문에 '뒤늦은 결정을 했다'라는 생각이 더 컸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냈던 다른 팀 팀원과 작별 인사를 할 때 속상함이 더 컸다.


이 상황을 가족에게도 털어놓았는데, 특히 대기업 임원인 아버지는 “25%만 줄여서는 부족하다. 차라리 절반 이상을 한꺼번에 줄이고, 남은 사람들에게 ‘여러분은 이제 안전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인재들이 더 먼저 나갈 것”이라며 단호하게 조언했다.


실제로 회사는 전체 인력 중 약 17%만 권고사직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남은 직원들은 “누가 남고 누가 나가는지 기준이 모호하다”라거나 “우리 팀에 여전히 저역량자가 남아 있다”라는 불만을 쏟아냈다.


권고사직 이후에도 회사에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아서 월급이 몇 시간 늦게 지급되고, 거래처 대금도 제때 주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고객사 등과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자, 직원들은 더 이상 이 회사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 자발적인 퇴사가 잇따랐고 우리 팀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연차 팀원이 맨 먼저 퇴사 의사를 밝혔고,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나를 포함한 팀 전원이 회사를 떠나겠다는 결정을 했다. 회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새 인력을 충원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기존 팀원들이 맡았던 업무까지 전부 짊어져야 했다. 지나친 업무 부담으로 인한 퇴사가 발생했고 악순환이 반복됐다.


정작 권고사직을 진행할 때나 팀원들의 퇴사 러시가 이어질 때, 나는 별로 힘들다는 생각을 안 했다. 당시에는 최대한 이성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했던 것 같다. 오히려 이 기회를 통해 관행적으로 진행되던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고, 경력직을 채용해서 정체된 팀 성과를 높이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두세 달 후에 동호회에서 만난 한 사람이 예전에 내가 권고사직했던 팀원과 겹쳐 보이는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마음이 무너져 집에 와서 한참을 울었다. 머릿속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지만, 실제 감정은 오래 쌓여 있었던 모양이었다.



회고해보자면 더 나은 방법이 분명히 있었을 것 같다. 회사가 어려워지기 전부터 비효율적인 업무를 줄이거나 자동화를 추진했다면 대규모 인원 감축까지는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태도나 역량이 부족해 조직에 해를 끼친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기회를 준다’는 명목하에 오래 끌기보다는, 회사가 안정적일 때 선제적으로 팀에서 방출했다면 양쪽 모두에게 더 나았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대표님은 23년 초부터 ‘앞으로 경제가 안좋아질 것이고 우리는 비효율을 줄여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꾸준히 주었다. 하지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하위 조직장들은 거의 없었고, 결국 전사 권고사직이 실행되었을 때야 비로소 뜨거움을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권고사직을 시행한 대표님을 욕했지만, 사실 조직에 속해있던 모두가 투자금을 믿고 너무 안일하게 행동했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였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앞으로 어느 회사에 가서든 비효율을 방치하지 않으려고 한다. 회사가 아무리 잘 나가도 평소에 끊임없이 업무 효율성을 점검하고, 인력이 남는다는 이유만으로 굳이 필요 없는 일을 만들어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조직에 꼭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빠르게 정리해 ‘인재 밀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결국, 이런 노력을 통해 대규모 권고사직이 불가피한 상황을 사전에 막는 것이 리더가 져야 할 책임이라고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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