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답 없는 문제, 팀장이 내놓는 해답

의사결정이 쉬워지는 비전·전략·철학의 힘

by 라이블리데이즈

신임 팀장으로 처음 6개월 동안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의사 결정이었다.
회사의 업무에는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매 순간 어떤 기준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내가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결정하고 있나?”라는 의문이 늘 따라다녔다.


pexels-vlada-karpovich-7433882.jpg


게다가 팀원의 의견, 내 의견, 상위 조직장의 의견이 서로 다를 때는 어느 쪽을 따르는 게 옳은지 고민이 깊어졌다. 내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는데 내 의견만 고집하는 게 맞는지 부담이 컸고, 반대로 타당해 보이지 않는 의견을 억지로 수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상위 리더의 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이고, 팀원들에게 “나는 내 의견을 주장했는데 실장님이 이렇게 결정했으니 그냥 따라야 한다”라고 말하는 건 팀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팀원들이 팀장을 있으나 마나 한 존재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팀장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전부 팀장이 책임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위 리더의 결정에 반대한다면, 끝까지 싸워서 내 의견을 설득하거나, 아니면 상위 리더의 판단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서 팀원들에게 전파해야 한다”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상위 조직장과 의견이 다를 때는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의사결정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이런 논쟁은 나를 꽤나 지치게 만들었다.


물론 팀원과 의견 차이를 좁히는 것도 마찬가지로 쉽지 않았다. 어떤 때는 2시간씩 논의해 업무 방향을 합의했는데, 정작 결과물은 팀원의 원래 생각대로 나왔던 적도 있었다. 내가 실무를 직접 하는 입장이 아니다 보니, 합의한 사항을 팀원의 머릿속에 명확히 심어주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설명과 지시가 필요했다. 이럴 때는 “이 사람이 나를 무시하나? 격렬하게 이야기한 2시간이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논의하고 다시 설명하는 과정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의사결정은 팀장에게 무거운 책임을 안기고, 모든 선택의 순간마다 크고 작은 갈등을 동반한다. 때로는 “누군가 대신 결정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리더가 직접 결정해야 할 몫임을 계속 깨닫게 됐다.



의사결정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의사결정을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의 비전과 전략, 그리고 철학이라 생각한다. 이것들이 명확하다면, 팀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훨씬 수월해진다. 예를 들어, “사내 교육을 수강하지 않는 사람에게 패널티를 부과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놓고 논의하면, 사람마다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쏟아진다. 사실 이 문제에 정답은 없고, 모두가 그럴듯한 근거를 가지고 있어서 팀장이 골치가 아파진다. 하지만 우리에게 ‘스스로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을 자발적으로 교육에 참여하게 하겠다’라는 철학이 있다면, 패널티는 어울리지 않는다. 반대로, ‘저역량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해 팀에서 제 몫을 다하게 만들겠다’라는 철학이라면 패널티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정답이 없어 보이는 문제도 우리 상황과 철학, 비전, 전략, 원칙 등을 대입하면 의사결정 방향이 정리된다.


갓 리더가 된 사람이 처음부터 비전과 전략, 철학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문제를 푸는 가장 정확하고 빠른 길은 ‘의사결정 스킬’을 늘리는 게 아니라, ‘팀의 비전과 전략, 철학’을 구축하는 것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바쁘더라도 우리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상위 리더와 대화하며 하루라도 빨리 명확한 방향성을 잡으려 노력해야 한다. 나 역시 이 부분은 뒤늦게 깨달은 것이며, 앞으로 다른 조직에서 리더를 맡게 된다면 무엇보다 조직의 방향성을 빠르게 마련할 생각이다.

keyword
이전 05화팀장에게 평가 면담이 중요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