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댄스 시간
한국에는 1년에 두 번의 이벤트가 열린다.
해외의 프로 댄서들을 초청하고 이벤트를 핑계로 해외 댄서들이 찾아오기에, 처음 만나는 댄서들과 춤출 기회도 많다.
이벤트는 호텔이나 호텔 근처에서 열리기 때문에 다들 근처에 잘 곳이 있다.
대부분의 댄서는 지역별 커뮤니티에 속해있어 같은 커뮤니티 사람들끼리 숙소를 예약하고 저녁에 룸파티를 열곤 한다. 주로 친한 사람들과 함께 이벤트에서 있었던 일들을 공유하며 맛있는 것도 먹고 즐기며 떠드는 시간이다. 룸파티에서 마시다 남은 술은 밤새도록 이어지는 소셜에도 들고 와서 마시기도 해서 평소 소셜보다 들뜬 분위기에서 춤을 춘다.
분위기 외에도 평소와 다른 점은 멀리서 온 댄서들이 많아 함께 춤을 추는 사람이 훨씬 다양하다는 점이다.
이벤트에서의 꽃은 늦은 저녁에 시작하는 소셜 시간이다. 이르면 저녁 8시, 늦으면 새벽 1시부터 시작해서 지치지 않고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면 끝나지 않는다. 이벤트에서는 다들 근처에 숙소를 잡아놓고 노는 만큼 귀가 걱정 없이 밤새도록 춤을 출 수 있다는 것도 큰 차이다.
해외의 댄서들과 춤을 춰보면 같은 춤인데도 음악을 듣고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음악에 출 때, 한국인들은 둠둠둠 하는 박자에 음악을 표현하거나 외운 패턴들만 나열했다면, 외국인은 ~~ let me down, down down down 같은 가사가 들릴 때 앉거나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며 같이 앉으려고 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표현했다. 만약 타이밍을 놓쳤거나, 이런 동작들이 불가능한 순간이었다면 다음에 비슷한 가사가 나올 때 다시 가사를 표현할 기회를 노린다.
평소보다 이벤트 소셜 때에는 재미있는 일이 많다. 그중 기억나는 것은 리더가 갑자기 손을 놓고 어느 구석으로 갔을 때였다. 춤을 추다가 손을 놓아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당황했는데 노래를 다시 짚어보니 ‘at the corner’라는 가사가 나오는 시점에 움직인 거라는 걸 깨닫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같은 음악, 같은 파트, 심지어 같은 포인트라도 사람마다 표현하는 방법이 다 다르다.
예를 들어 BTS의 Butter에 춤을 추는 여러 커플이 있다고 해보자. 중간에 나오는 ‘Break it down’이라는 가사가 나오는 포인트에서 점프하며 뒤로 가는 사람, 갑자기 주저앉는 사람, 무릎을 들거나 어깨를 들썩이는 사람 등 관련 영상만 찾아봐도 다양하다. 이렇게 우리 몸을 이용해서 표현할 방법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각도나 움직임을 찾으면 수도 없이 많다.
같은 춤을 전혀 다른 느낌으로 추고, 다르게 음악을 듣고 표현하는 것을 느끼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게 된다. 밤새도록 이어지는 소셜 시간 동안 빨간 구두를 신은 것처럼 해가 뜰 때까지 출 수 있다.
참고 영상 : 같은 음악, 다른 춤.
Man! I feel like a woman!
1 : Jordan Frisbee & Nicole Ramirez Budafest 2023 - West Coast Swing
2 : Jordan Frisbee & Tori Zzaoui CoA 2023 - WCSLoveVideo
이 글은 "여행에 춤 한 스푼"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어 일부 글을 삭제하였습니다.
책에 모두 수록하기 어려웠던 사진과 자료, 영상과 관련된 내용은 남겨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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