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댄스 시간
해외의 소셜 댄스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가장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소셜 시간이 대부분 평일 저녁에 이루어지고 대부분 주말에는 정기적인 소셜이 없다. 가끔 주말에 소셜이 있는 경우는 워크숍이 있거나 이벤트가 있는 경우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라 그런 건지, 이벤트가 많아서 사람들이 이벤트를 가느라 소셜이 없는 건지는 모르겠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웨스트 코스트 스윙 댄서가 많고, 지역 소셜에도 이미 다녀온 사람이 있어서 미리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장소는 샌프란 시내에서 20분 정도 차로 이동하면 되는 미션시티 스윙(Mission city swing), 수요일 저녁마다 소셜이 있었다. 출장에서의 업무 일정을 마치고 저녁에 춤을 추러 갔다. 소셜 장소는 시내에서는 제법 떨어져 있었고 주택단지 사이에 위치해 있었다.
마침 내가 방문한 날은 비가 와서 조용하고 어둑어둑한 분위기라 스릴러 영화에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어두운 건물들 사이에 간판 없는 한 건물만 창문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고 익숙한 음악이 들려 댄스 스튜디오인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문 근처로 가자마자 안내를 맡고 있는 사람이 눈을 마주쳐주었다. 웨스트 코스트 스윙을 추는 곳이 맞는지를 재차 확인하고 들어가서 신발을 갈아 신으니 외진 곳에 혼자 찾아왔다는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댄스 홀로 사용하기 전에는 교회였는지 공간은 큰 방 두 개로 나눠져 있었고 한쪽 구석에는 교회에서 사용한 듯한 의자들이 쌓여있었다. 한쪽 방은 밝아서인지 연습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다른 쪽은 조금 더 아늑한 조명에서 음악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의 소셜이 왠지 어색해서 한창 춤추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구석에 앉아있으니 지나가다 눈이 마주친 리더가 춤을 신청했다. 한 곡을 추고 나니 두곡 세곡 연달아 추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연달아 춘 춤에 힘들 때는 잠시 앉아서 쉬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처음 방문한 곳이라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도 신선했고 멋지게 추는 댄서들도 많았다. 벽의 꽃처럼 서있는 사람들도 보였지만 사실은 춤추려고 기다리는 중이었는지 음악이 몇 곡 지나고 나서는 벽 근처에 남아있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적극적으로 춤을 추거나 친한 사람들끼리 한편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이 열정적이었다. 함께 춤을 출 때 잘 안 됐던 동작은 곡이 끝난 뒤 왜 안 됐는지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다시 연습하기도 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른 시간이었는지 사람들이 적었는데 시간이 늦어질수록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방 하나에서만 춤을 추다가 옆 방도 신나게 춤을 추는 사람들로 붐빌 정도였다. 나이대는 20-30대로 젊어 보이는 사람이 대다수였고 가끔은 갓 성인이 된 것 같은 앳된 얼굴이 보이기도 했다. 학생이 아니라면 직장인일 텐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평일에 춤추러 나와있다는 건 원래는 더 많은 댄서들이 있다는 의미일까?
아마도 이런 점이 춤에 대한 열정을 계속해서 자극한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평일에도 나와서 춤을 추고 연습하고 있는 것이리라. 결국 평일에 춤을 추러 가려면 필요한 것은 시간과 열정이다.
참고 영상 : Mission City Swing Social - Heejung Jung
이 글은 "여행에 춤 한 스푼"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어 일부 글을 삭제하였습니다.
책에 모두 수록하기 어려웠던 사진과 자료, 영상과 관련된 내용은 남겨두었습니다.
남아있는 글로도 이해할 수 있도록 일부만 삭제하였지만 전체 글을 읽고 싶으시다면 책은 아래 링크를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