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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쌍디귿 Mar 28. 2022

나의 지지자

자존감은 자기 계발이 아니다.

동백꽃 필 무렵 한 장면


상대팀 코치: 얘! 얘~~!! 야 인마! 얘가 지금 삼 학년이야! 너 이 씨 어디서 형한테 싸가지 없이.

필구: 이 형이 싸가지 없고! 싹수가 노란 거죠!!

상대팀 코치: (필구의 머리를 강하게 친다)

동백과 향미, 동백 엄마:  (모두 놀라서 필구를 쳐다본다 동백 엄마는 일어나서 싸울 듯이 팔을 걷어붙인다)

필구: 저 형이 먼저 일부러 위협구 던지고 내가 먼저 배투 했다고요!

필구: (서러워서 눈물을 흘린다)

용식: (드론을 들고 웅장하게 선글라스를 쓴 채 다가온다)

용식: (상대팀 아이의 머리를 강하게 똑같이 친다)

상대팀 코치: (용식을 밀치며) 당신 미쳤어!! 어! 감히 어따 손을 대!

용식: 그럼 당신은!! 어!! 남의 새끼한테 어디 감히! 손을 대!

상대팀 코치: (당황하며) 당신 새끼야!? 용식: 그래! 내 새끼다!

필구, 동백: (용식을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용식: 내 새끼 대굴 통에 왜! 왜! 꿀밤을 매기냐고 왜~!

상태팀 코치: 내가 언제! 내가 언제 먹여!! 용필: 안 먹였어?

필구: (끼어들며) 멕였으면서

상대팀 코치: 나는 안 멕였어.

용필: 안 멕였어! 나 드론있는디 내 초고성능 드론 카메라가 그 폭행 현장을 싹 다 잡았는디! 어디 경찰서 가서 함 깔까! 경찰서 가서 함 갈까! 까!

상대팀 코치: 까..그래 좋아 불러 경찰 불러 경찰! 경찰!

필구의 지지자 용식

용식: 내가 경찰이다!!! 내가 경찰이야!!

필구팀 코치: 옹산 수석 경찰이다!!

용식:(어깨를 들썩이며) 아동 학대 폭행사건으로 함 조셔 넣어! 어~!? 경찰서 가서 함 드론 까? 까? 까? 한번 까?

필구: 까요. 우리 까요.

상대팀 아이: 아빠 나 코 맞았다고!

상대팀 코치:(아이를 막으며) 가만있어! 이씨!

용식:지 새끼 귀한 줄 알면 남의 새끼 귀한 줄도 알아야지. 어!? 어디 내 새끼 대굴통에다가 꿀밤을 어!?

필구: 나 대굴통 엄청 아팠어요.

용식:(필구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우리 필구 건드리지 말어. 어~! 아주 그냥 다 죽는 거여. 나 드론 있는 놈이여.


필구가 머리를 한 대 맞는 억울한 상황에 엄마 동백도 끼기도 전에 혈연관계가 아닌 용식이가 나서서 필구를 지지해준다 만약 필구의 지지자 용식이 그때 없었으면 필구의 목소리는 눈물을 흘리며 사라졌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여러 가지 상황에서 자존감이 한없이 낮아진 적이 많다 남과 비교당해 무시당하거나 스스로가 남과 비교해서 한없이 연약하고 부족해 보이면 자존감은 곤두박질치듯 낮아지고 기가 꺾인다.그 때에 자존감을 높이려고 남보다 더 뛰어나려고, 남에게 기죽지 않을 정도로 전문성을 갖추려고 별안간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말이 쉽지 비교당할 상대를 뒤엎기가 어려워 죽어라 냅다 뛰어도 이미 앞장선 사람은 저 멀리 가고 있다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을까.


사실은 따라잡을 필요가 없다. 따라잡는다고 자존감이 생긴다고 장담도 못한다. 자존감이 스스로한테서 나온다고 여러 가지 계발서에 나와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자존감은 스스로가 키우고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자존감을 스스로가 높인다는 말에는 오류가 있다. 아무리 자존감이 높아도 주변 관계에서 인정과 높임을 못 받으면 자존감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낮아진다.

어떤 연구에서 이런 실험을 해봤다 잘 웃기는 강사와 못 웃기는 강사 두 사람을 불러 강의를 하는데 잘 웃기는 강사에게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못 웃기는 강사에게는 적극적인 반응을 하는 실험이었다. 실험 결과는 잘 웃기는 강사는 반응 없는 사람 앞에 기가 죽어 강의가 재미 없어졌고, 반면 못 웃기던 강사는 긍정적인 반응에 자존감이 높아져 강의 끝에는 강의가 웃기고 재밌었다는 강의평을 받았다. 실험 결과처럼 자존감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가 그 모습을 인정하고 높여줄 때 자존감은 커진다.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주변에 지지자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필구에게 만약 용식이 없었다면 자존감에 큰 스크래치가 나서 구멍 난 풍선처럼 자존감은 커지지 못했을 거다.

구멍 난 풍선을 아무리 불어도 풍선은 불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스스로 자존감을 불어넣어도 자존감이 크지 않는다 누군가의 지지와 인정이 구멍을 메꿀 수 있다 바람 빠진 구멍 난 풍선을 짓밟지 않고 구멍을 메꿔 함께 하늘을 함께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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