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3. 경제적 독립이라는 이름의 현실
"이제 니 용돈은 니가 벌어서 써."
수능을 치고 나자 엄마가 과외 아르바이트를 권하며 말했다. 학습지 회사를 오래 다닌 엄마 주변에는 과외를 원하는 엄마들이 많았다. 한 달에 2-3개 정도의 과외를 하면 100-150만 원은 벌 수 있었고, 몇 시간만 더 투자하면 250- 300만 원도 가능했다.
'하루에 몇 시간 안 해도 이 정도 돈을 벌 수 있네. 뭐야, 회사 다닐 필요 없잖아. 돈 벌기 쉽네.'
돈이라는 감각은 나에게 없는 감각 중 하나였다.
"그 돈을 들여서 유학을 간다고? 나라면 차를 사거나, 집을 사겠네."
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합치면 몇 천만 원이라는 돈이 나에게도 큰돈이긴 했지만, 차와 같은 물건과는 비교가 될 수 없었다. 과외로 벌었던 돈과 학원 알바로 번 돈, 부모님의 도움을 합쳐 영국으로 석사 과정을 위해 떠났다. 공부를 하면서는 아끼고 아껴서 살았지만 1년이 지나자 돈이 부족했고, 부모님께 얼마간의 돈을 요청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돈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천만 원만 빌려주시면, 제가 나중에 갚을게요."
부모님은 돈을 보내주셨고, 그 돈으로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문제는 석사과정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 발생했다.
"이제 어떻게 살려고 계획하고 있니?"
"박사에 진학하려고 해요."
"...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경제적으로 너를 지원해 줄 수가 없단다. 너도 이제 혼자 서야지."
공부하는 삶을 선택하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경제적 독립'
과외나 학원 알바 등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모두 용돈을 위한 것이거나 학비를 내기 위한 것 정도였다.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은 성인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조건인데,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니. 난감하고 막막한 감정이 들었다. 과외나 아르바이트를 해서는 박사 과정에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수요가 불안정해 경제적 독립을 위한 선택지가 될 수 없었다.
정부지원금이 있는 박사과정을 서치 해 보았지만 이공계에 집중되어 있었고, 인문학, 사회과학 분야인 내 연구분야로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을 찾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그런 것들을 기다리고 있으려니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에 점점 초조해져 갔다. 60세가 넘는 부모님도 여전히 아침이면 출근을 하고 계셨다.
"따뜻하게 있어. 아빠 갔다 올게."
출근하는 아버지의 인사를 들은 어느 날 마음먹었다.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겠어. 우선 회사에 들어가자.'
*매주 금요일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