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

by 있는그대로


오랜만이다. 하얀 꽃봉오리가 반갑다. 스파트필름 화분에 꽃대가 쑥 올라와 있다. 사시사철 하얀 꽃이 피고 지던 것이 한동안 꽃을 피우지 못했다. 축축 늘어지며 잎 색깔이 누렇게 변하며 병들어 가고 있었다. 변해 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스파트필름과 인연을 맺은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2000년 밝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아파트에 가끔씩 장이 열리곤 했다. 갖가지 화분을 가져와 분갈이도 해 주시는 분이 계셨다. 만원으로 공기정화식물 작은 화분을 여러 개를 샀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물만 주면 쑥쑥 잘 자라니 예뻤다. 창가에 초록이 짙어질수록 행복도 더했다. 저렴하게 산 화분이 제법 집 분위기를 잡아 줬다. 잘 자란 화분은 봄에 분갈이를 하며 지인들에게 나눔을 하였다. 집에 오는 사람마다 스파트필름의 잎 크기와 싱그러움에 놀라워했다. 수시로 하얀 꽃을 피워주니 고맙고 자랑이 되어 갔다. 하얀 꽃은 선명하고 짙은 잎은 창가의 햇살을 받으며 더욱 돋보이고 윤이 났다. 짙고 부드러운 길쭉한 잎 모양은 내 손 두 배 보다 길었다. 그늘지면 더욱 짙게 반지르르한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다. 짙은 초록 잎과 하얀 꽃 색이 대조를 이루며 더욱 선명했다. 남편도 오랜 시간 함께하는 스파트필름을 대견해했다.


매일 막걸리를 1병 하는 남편이 어느 날 막걸리 병에 물을 조금 넣어 흔들어 화분에 부어 주는 것을 보았다. 쌀로 만든 것이니 영양가가 있을 것이라는 말에 긴가민가했다. 시들어 가는 원인이 막걸리인 듯했다. 스파트필름이 막걸리를 먹고 취했다. 남편에게 시들어가는 이유가 막걸리 때문인 것 같다 하니 모른 척한다. 더 이상은 볼 수가 없었는지 흙에 뿌리에 남아 있는 나쁜 성분을 없어지기를 바라며 화분을 화장실로 옮겨 하루에 몇 번씩 물을 흠뻑 주었다. 시든 잎을 잘라주고 흙 갈이를 해 주고 나니 고맙게도 잎은 다시 싱그러워지고 하얀 꽃을 피운다. 안심되고 고맙다. 오랜 시간 함께한 식물 스파트필름이 공기도 정화해 주며 눈도 즐겁게 해 준다. 꽃이 피고 지며 기쁨을 준다. 거실에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금도 하얀 꽃을 8개나 피워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오래 함께 했으면 하는 친구가 되었다. 오랜 친구라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 그에게도 도움이 되고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식물일 경우에는 더욱.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등급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