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동성연애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커밍아웃하지 않는 한 알기 힘들 테니깐. 난 딱 한 번, 온라인상에서 알게 된 적이 있다. 내가 수업 듣는 강사 선생님의 시집이 자전적 퀴어 문학이었다. 그때 처음 신선한 낯섦을 경험했다. 그 딱 한 번의 경험 외에는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오늘 본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게이 남자 흥수와 베프 여자 재희가 주인공이다. 박상영 작가의 동명의 소설 속 재희 편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중간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들은 다르다는 것을 열등하게 바라본다. 사실은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이야말로 열등한 건데.” 게이라는 것을 불편해하는 엄마, 손가락질하는 사람들과 재희의 수많은 연애사를 안주거리 삼는 동기들과 꼰대 같은 산부인과 의사. 그 모든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뒤로하고 흥수와 게이는 서로에게 완벽한 베프가 되어준다. 한 집에 동거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고 때론 방패막이가 되어주고 인생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무엇보다 재희의 결혼식 씬이 압권이었다. 재희는 파란만장한 연애를 거쳐오며 정말 쓰레기 같은 남자를 많이 만났다. 결국엔 회사 동료가 재희의 예쁨과 멋짐을 알아봐 주고 안정적인 연애 끝에 결혼까지 골인한다. 이런 재희를 위해 축가를 불러주는 흥수의 우정이 너무 멋지고 귀여워서 웃음과 눈물이 함께 터져 나왔다. 재희가 얼마나 많이 상처받았고 다쳤고 외로웠을지를 러닝타임 내내 봐왔으니깐 누구보다 행복하길 바라며 영화를 관람했다. “집착이 사랑이라면 난 한 번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대사처럼 진짜 사랑이란 건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집착하거나 찌질하거나 그도 아니면 그냥 상대를 괴롭히는 것을 사랑이라 착각하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결국에 진짜 사랑을 만난 재희와 그런 재희를 축하해 주는 흥수의 찐 우정이 부러웠다.
연애를 몇 번 해봤고 누가 누굴 만나고 성적 지향이 어떠하단 게 왜 누구한테 조롱받아야 하고 안주거리가 되어야 할까? 그런 세상의 시선을 뒤로하고 누구보다 당당하고 멋지게 자신의 삶을 살아간 재희와 흥수야말로 진정 나답게 살아간 이들이었다. 재희는 흥수한테 말한다. “네가 너인 게 어떻게 약점이 될 수 있어?” 이런 재희를 흥수는 이렇게 표현한다. “내가 나인 채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려준 내 20대의 외장하드.” 누군가를 따돌리고 손가락질해야만 자신들의 열등감이 해소되는 소인배들보다 찐 우정과 사랑을 쟁취한 재희와 흥수가 훨씬 부러운 인생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사랑에는 계산도 없고 망설임도 없고 속임수도 없다. 사랑과 우정은 청춘을 반짝이게 해 준다. 모두들 아름다운 사랑의 추억을 써 내려가기를, 그리고 인생의 진짜 베프를 만들기를!
https://youtu.be/pFsIUVhahr8?si=DGnZWCdYelTdSb4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