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작가의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모든 '유명한 사랑'에는 한눈에 반했다, 라는 수식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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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랑에는 어떤 면이든 인간의 이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그래서 뭉뚱그려 운명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는 말이지요./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지영), p.30
영적인 삶은 사랑이다. 사람들은 타인들을 보호하거나 도와주거나 선행을 베풀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그렇게 대한다면 그건 그를 단순한 대상으로 여기고 자기 자신을 대단히 현명하고 관대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랑과는 전혀 무관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타인과 일치하는 것이고, 상대방 속에서 신의 불꽃을 발견하는 것이다. /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지영), p.79
내가 남들보다 예민하고 내가 남들보다 감정의 폭이 격렬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말하자면 세상에는 남들이 잘 안쓰는 피아노 건반의 가장 낮은 옥타브부터 높은 옥타브까지 모두 두드리며 사는 부류들이 있는데, 제가 그 부류에 속한다는 말이지요. /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지영), p.113
늙어서 할 수 있는 일, 죽음을 선고받으면 할 수 있는 일, 그걸 지금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끔 죽음을 생각하는 것, 가끔 이 나날들의 마지막을 생각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을 오히려 풍요롭게 해주는 이 역설의 아름다움을 분명 알고 있으면서 지금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요. /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지영), p.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