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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센티미터의 기억, 그리고 내가 꿈꾸는 사랑

첫사랑과 마지막 사랑 사이에서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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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센티미터>는 대학생 때 처음 보았었다. <별의 목소리>로 고등학생 때 처음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을 접했다. 아련한 첫사랑의 감정이 좋아서 계속해서 찾아 보게 되었는데 <초속 5센티미터>도 꽤 애절한 감성으로 마음을 자극한다. 그때 마지막 OST에 도쿄타워가 나오는 장면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직접 비슷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도쿄타워.jpg 모리타워에서 찍은 도쿄타워(2011)


<초속 5센티미터>는 첫사랑에 관한 영화이다. 1시간 분량의 짤막한 스토리는 슬프면서도 아련하고 애틋하다. 13살에 만난 첫사랑을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나에게도 첫사랑이 있었던 것 같지만 이내 파괴되어 버렸다. 왜냐면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은 셰익스피어의 <오델로>에 나오는 오델로와 같은 남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오델로에게는 오델로만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데스데모나라는 아내가 있는데 이를 질투한 이아고의 계략에 속아 넘어가 자기 손으로 아내를 죽여버리고 그 참극에 본인도 자살해 버린다. 자기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고 진위 확인도 하지 않고 분노에 차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른 것이다. 나는 솔직히 19살 때부터 따돌림을 당했음에도 캔디처럼 꿋꿋이 버텨온 것 외에는 잘못을 저지른 일이 하나도 없는데 정말 무수한 고통과 괴로움을 겪으면서 첫사랑이고 뭐고간에 남자 잘못 만나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을정도로 끔찍한 트라우마만 입었다. 그래서 아름다운 추억도 낭만가득한 행복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도 해피엔딩은 아니어서 마음이 아려왔다. 첫사랑을 잊지 못해, 현재의 여자친구가 타카키에게 “3년 동안 문자를 주고 받고 만나왔지만 마음만은 1cm도 가까워지지 못했습니다.”라는 말을 남긴다. 예전에 봤던 영화 <러브레터>도 비슷한 정서를 담고 있다. 남자 주인공 이츠키는 첫사랑 이츠키를 잊지 못해 현재의 여자친구가 가슴아파한다는 내용이다. 남자에게 그렇게 첫사랑이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 첫사랑이란 것 자체가 없는 나는 내가 누군가의 첫사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의미없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첫사랑과 결혼한 커플들은 정말 행운아들이 아닐까?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나에게도 첫사랑이 생긴다면,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 <초속 5센티미터>에서 타카키와 아키라가 함께 벚꽃을 구경한 것처럼 벚꽃놀이도 가고 싶고, 불꽃놀이도 보고 싶고, 밤하늘에 별을 보러 가고 싶기도 하고, 반딧불이를 보러 가고 싶기도 하다.

사람들은 사랑을 가슴에 묻거나 잊고 살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누구나 설레는 감정과 사랑의 행복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애절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오나 보다. 누군가에게는 꼭 사랑이 이루어지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https://youtu.be/A528VYFJSrg?si=mBQ0jxsLBhfCAZkg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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