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연이와 친구들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기로 약속했다. 각자 멋지게 옷을 입고 양손 가득 선물꾸러미를 준비해서 만나기로. 하지만 제일 나이가 어렸던 연이는 바쁜 학교 일정으로 며칠간 몸살을 앓아 미처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고 파티에 갈수도 없었다. 누구보다 연이를 아끼는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를 잔뜩 기대하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연이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기, 미안한데... 나 사정이 생겨서 파티에 못 갈 것 같아.”
“뭐라고? 이유가 뭔데...”
“몸이 좀 아팠어. 그리고 가족들이 이번에는 같이 보내자고 해서...”
“뭐야. 됐어.”
친구들은 연이의 사정을 이해하지 않았고, 그 이후로 연락을 취했지만 계속 피하기만 했다. 뒤늦게 선물을 준비해서 사과의 말을 전했지만 냉랭하기만 했다. 유일하게 연락이 닿은 은혜만이 이해를 해 주는 눈치였다.
“아니, 난 너도 이해가 가고. 화가 난 민영이, 소정이도 이해가 가고...”
연이는 한숨을 쉬다가 이내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고 자신도 친구들과의 파티에 참석을 못한게 무척 속상한데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을 외면하니 마치 따돌림을 받는 기분이었다.
열리지 않는 문을 향해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는 답답함과 절망감, 억울함이 느껴졌지만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연이는 연말도 가족들과 지내게 되었다.
해가 몇 해가 바뀌고 연이는 조금씩 친구들과 다시 거리가 가까워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계속해서 겉도는 기분이 들었다. 함께 해수욕장에 갔을 때는, 자신만 거리가 멀어 뒤늦게 도착했다는 이유로, 물놀이 한 번 같이 가주지 않았다. 그것이 너무 서운했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이상하게 레스토랑에 가서 함께 식사를 하면 꼭 자신이 사야하는 눈치였다. 연이는 갑을병정중에 정인 것만 같았다. 이게 정말 친구란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등학생 시절 선생님들이 해줬던 이야기를 마음 깊이 새기며 자신은 어떻게든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었다. 학창시절 친구들이 평생 간다는 선생님들 말씀.
약속이 없는 날에 연이는 책에 빠졌다. 자신을 키운 건 동네의 도서관이었다는 빌게이츠의 말을 되새기며 매일같이 책을 끼고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이상한 책을 발견했다. 책 표지에는 동그라미 안에 별이 생겨진 문장이 박혀있었고,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서’라는 제목이 쓰여 있었다. 연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찬찬히 마법서의 표지를 넘겼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있었다.
‘연이, 너를 기다렸어. 소원이 뭐니?’
연이는 마법서를 향해 말했다.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남자친구도 생겼으면 좋겠어.”
그러자 책의 속지가 빠르게 넘어가더니 여러 가지 주문을 보여줬다. 주문인 즉슨, 소원은 절대 쉽게 이뤄지지 않으며 스스로 차례차례 단계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다음으로는 나를 아껴주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분별하는 안목을 지니고, 진심을 다해 인간관계를 맺으라는 조언이었다.
연이는 무슨 마법서가 이런가하고 황당했지만, 밑져야 본전이다라는 마음으로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연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 쓰기 모임에 들어가서 자신의 살아온 인생을 멋지게 각색해서 소설 한 편을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모임원들과는 돈독한 친구들이 되었다. 이런 연이의 당당하고 매력적인 모습에 모임원 친구가 소개해준 남자친구도 생겼다. 행복한 나날이 이어졌다.
어느 날 연이의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연이를 오해했던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연이의 친구들은 연이의 새로운 모습이 낯설다며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고 한다. 그동안 많이 그리웠다는 말도 덧붙이며.
해피엔딩
연이와 친구들은 다시 만났다. 지난날의 다툼과 오해를 불식시키고 화해를 했다. 연이는 그해 크리스마스에 모든 친구들과 함께 모여 행복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 3단 케이크앞에서 연이가 눈물을 흘리자 친구들이 샴페인과 폭죽을 터뜨렸다. 옆에서 남자친구도 꼭 끌어안아주며 등을 토닥여줬다.
새드엔딩
연이는 친구들을 다시 만나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결국 다시 만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시 만나면, 예전의 상처가 다시 되살아날 것 같은 고통이 엄습해왔다. 연이는 조용히 친구의 문자를 삭제하고 차단했다. 연이는 예전의 나약하고 웅크린 작은 소녀가 아니다. 연이는 이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려고 한다. 그리고 조용히 인터넷에서 개명에 대한 글을 검색했다. 그리곤 소설쓰기 모임원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러 약속 장소로 향했다. 연이는 마법서를 들고 갔다.
“사실은 이 마법서가 나를 도와주었어. 내 인생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냈어. 나도 이런 소설을 한 번 써보고 싶어.”
“그거 멋진데. 근데 그 마법서 비결이 뭐냐? 나도 빌려줘.”
“그건, 행복한 사람들에게는 필요없는 주문이야. 이 마법서는 다시 누군가를 위해 도서관에 갖다놓을게.”
연이는 친구들과 함께 왁자지껄 웃으며 과거는 그리움으로 묻고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