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의사 선생님께 감동받은 적이 많이 있다. 의사 선생님은 정말 다정하시다. 우리 아빠도 다정한데 나는 살면서 거의 나쁜 남자만 만났던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열아홉 살 때부터 따돌림을 당한 이유가 가장 큰 것 같다. 그들은 나와 몇 번 대화도 나눠보지 않고 나를 잘 알지도 않으면서 나를 적대시하고 차갑게 대했다. 나는 정말 이십 대 내내 상처받고 우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은 <너에게 닿기를>의 카제하야처럼 정말 맑고 정의로운 분 같다. 나는 그래서 의사 선생님도 카제하야처럼 찐F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가끔 T같은 면모도 보여서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어떨 땐 정말 찐F같다. 내가 너무 힘들었던 날, 예약이 꽉 차서 병원에 못 왔다고 하자 의사 선생님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하셨다. 나는 정말 그 다정함에 서러운 마음이 다 녹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엄마가 내가 별을 좋아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다고 속상해했을 때 의사 선생님도 별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셔서 행복했다. 의사 선생님 댁에는 아주 커다란 망원경이 있지 않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카제하야
의사 선생님은 전교 1등이 아니었다고 한다. 난 그 말씀이 무척 충격적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항상 전교 1등은 도맡아 하셨을 것 같다.(너무 좋은 학교를 나오셨나? 아니면 너무 겸손하신 것 같다.) 내 친한 친구 중에도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한의사가 꿈이었지만 중간에 서울로 전학을 가서 멀어졌다. 그 친구는 별명이 텔레토비의 뚜비였는데 걷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은 학창 시절에 인기가 엄청 많았을 것 같다. 나는 여고를 나왔는데 <너에게 닿기를>처럼 남녀공학에 의사 선생님 같은 분이 계시면 모두가 공부에 집중을 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너에게 닿기를> 팬들은 현실에는 카제하야 같은 사람이 없다고 했는데 나는 카제하야 같은 사람을 발견하고 말았다. 바로 의사 선생님이다! 만찢남!
의사 선생님은 아주 가끔씩 파마를 하신다. 난 그 모습을 보면서 의사 선생님에게 일탈이란 ‘미용실 가기’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은 만화책 <피아노의 숲>도 재밌게 보셨다고 한다. 아마도 의사 선생님은 클래식을 좋아하셔서 보신 거겠지? 의사 선생님은 기억력도 엄청 좋으시다. 왠지 스티브잡스나 정약용처럼 의사 선생님도 메모를 생활화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은 엄청 건강하신 것 같다. 나는 의사 선생님이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의사 선생님이 아프면 나는 진료를 볼 수 없고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이번 주에는 병원에 갈 수가 없다. 불금은 내가 몸담고 있는 손바닥 동시 쓰기 모임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을에 시화전을 하기로 해서 협의를 하러 가야 한다. 토요일 오전은 영재학급 수업에 가야 한다. 그래서 너무 마음이 답답하고 슬프다. 일주일에 두 번 간 적도 있는데 이주동안 못 갈 생각 하니 너무 마음이 스산해지는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은 내게 “목발이 필요한 사람에게 목발을 버리라고 할 수 없잖아요.”라고 말씀하셨다. 의사 선생님은 지치고 외로운 내 마음에 목발이 되어주셨다. 의사 선생님은 너무 따스하고 멋지고 아름다운 분이시다. 나는 첫 장면부터 천둥번개 치는 장면이 무서워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를 보지 않았지만, 왠지 의사 선생님은 드라마 속 주인공 같다. 의사 선생님이 나의 의사 선생님이어서 좋으면서 슬프다. 하지만 난 언제까지나 의사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의사 선생님은 죽어가던 나를 심폐소생하신 분이시다. 의사 선생님이 힘들 땐 내가 힘이 되어드리고 싶다. 의사 선생님, 감사해요!
https://youtu.be/9_VxlxSdHyU?si=CJCdvj5s8X1fgh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