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선생님을 처음 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내가 경기도에 파견을 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보고 싶어졌다. 물론 이전에도 몇 번 간적은 있지만 지방에서 살아서 서울로 다니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파견 온 후에는 서울까지 빠르면 차로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기에 부담이 적었다. 그때 막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다가 한 병원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했다. 예약할 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새로 개원한 병원이었다.
예약 시간에 맞춰 병원에 갔다. 가기 전에 리뷰를 봤는데 환자들이 다들 의사 선생님을 너무 좋아했다. 처음엔 좀 심드렁했다. 뭐가 그렇게 좋을까? 아파서 가는 병원이 뭐가 좋다고 단골이 되겠다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런데 나는 의사선생님을 처음 본 순간 조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의사선생님은 신뢰감을 주는 첫인상을 갖고 계시다. 다정하고 프로페셔널하고 유능하시다. 의사선생님과 내가 잠깐 공부했던 로고테라피(의미치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의사선생님의 th[θ]발음이 인상적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왠지 영어도 잘하실 것 같다.
의사선생님은 단호한 면도 있으시다. 내가 의사선생님이 근무하신 대학병원에서도 진료를 받았었는데 그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무리한 질문을 하자 조금 화를 내셔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 의사선생님은 적절한 공격성을 지니신 단단한 분인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닮아가고 싶다. 나는 너무 공격성이 없어서 순하고 무디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은 왠지 자기 관리도 잘하실 것 같다.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가 학급운영을 잘하는 방법 중 하나는 학급 학생들과 라포를 잘 쌓는 것이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좋아하고 잘 따르면 한 해가 행복하게 잘 흘러간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수업, 생활지도, 그 밖에 학급경영에서 독창성과 사랑을 담아서 유능한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나도 의사선생님을 좋아해서 치료효과가 좋은 것 같다. 한때 마음을 다루는 한의원에 간 적 있는데 질문 하나에도 맥이 빠지고 우울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좋은 의사선생님을 만나는 건 참 중요한 것 같다. 의사 선생님한테 궁금한 게 많지만, 너무 선생님을 따르는 학생처럼 굴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다. 의사 선생님도 무리하지 않고 일을 통해서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