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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Apr 17. 2021

사랑도 성공도 모두 가질 순 없는 걸까

영화 <시네마 천국>

 


<주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인생 영화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내가 손꼽는 인생 영화로는 빅피쉬, 라라랜드, 바다가 들린다가 있다. 주로 환상적, 또는 서정적인 분위기가 가미된 것, 사랑과 꿈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오늘 또 하나 인생 영화로 꼽을 만한 영화를 봤다. 환상이나 서정과는 거리가 멀다. 소박하면서 담백하다고 해야 할까? 역시 사랑과 꿈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다소 지루하게 느끼며 봤다. 그런데 여운이 정말 장난 아니다. 내 인생에 대해, 내 사랑에 대해 반추하게 된다. 약간의 눈물과 함께.


 바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을 따라 흘러가는 영상  이야기는  사람의 인생을 담고 있다. 철부지 어린 시절, 첫사랑의 가슴앓이를 하는 청년 시절, 그리고 성공한 중년이  현재.  아직 중년이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주인공 토토에게 깊이 감정 이입하고 공감할  있었다. 그저 영화가 좋아서 영화관 영사기를 돌리는 기사일을 하고 결국엔 영화감독으로 멋지게 성공하는 모습이  미래도 그려보게 했다.  인생에서 성공만이 정답은 아니라지만 내가 하는 분야에서  일에 프로답게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은 있다. 굳이 유명인이 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있는 근사한 사람이 되기를... 하는 바람.


 또한 토토와 알프레도의 우정은 진실한 인간관계의 전형을 보여준다. 정말 이 세상에 이런 관계가 있을까? 토토는 알프레도의 생명의 은인이 되어주고 알프레도는 토토의 진정한 멘토가 되어주고 서로를 위해서 오랫동안 보지 않을 비장한 각오까지 하는 깊은 우정의 관계 말이다. 나에겐 어떤 사람이 있을까? 나는 우리 대모님을 떠올리게 됐다. 무교 집안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내가 세례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대모님. 오래전 동창을 다시 만나게 해 준 대모님. 계산하지 않는 사랑을 보여주신 대모님. 정말 고마우신 나의 영혼의 스승님이시다. 안 뵌 지 좀 되었는데 기회를 봐서 안부인사 전해야겠다.


 무엇보다 가슴 아팠던 건 토토가 첫사랑인 엘레나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점이었다. 문득 내 사랑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단 것이 아프게 다가왔다. 내가 사랑했던 그들은 왜 날 떠난 걸까? 난 도무지 이유를 모른다. 그래서 더 답답하고 가슴 아프고 아려왔다. 내 실수를 곱씹고 내 말, 내 행동 하나하나를 후회하며 가슴앓이했지만 결국 그게 내 운명이란 것이다.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사실 워낙 첫사랑은 이루어지기 쉽지 않아 그렇게 영화에서 소설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 아닌가. 언젠가는 나도 진정한 사랑을 만날 수 있겠지 하며 또 하루를 보내겠지 하며 슬픔을 밀어냈다.


 알프레도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돌아온 토토에게 어머니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전화할 때마다 다른 여자가 받더구나. 그런데 그 여자 중 누구도 진심으로 널 사랑하지 않는 것 같더라. 어미의 바람은... 그것뿐이란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행복한 가정 꾸리는 거 말이야. 이젠 네 삶이 거기에 있잖니. 여기엔 추억만 두고 가라. 다 잊어라. 토토.”

 사랑하지 않기에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하는 가벼운 관계는 얄팍하다. 아마 토토는 엘레나를 그 긴 세월 동안 잊지 못하고 가슴에 묻었기에 그 누구하고도 진정으로 사랑을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 사랑이란 게 왜 이렇게 야속하고 가슴 아플까. 알프레도가 모아두었던 키스신이 담긴 필름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토토를 보니 더 마음이 아려온다. 이렇게 영화 <시네마 천국>은 꿈과 우정, 사랑을 모두 담은 최고의 인생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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