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삶이 혼자라고 느껴질 때

고독을 아름답게 승화시키기 (책, 영화, 음악의 즐거움)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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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안거나 사랑할 사람이 없을 때 차를 몰고 가야 할 곳은 외로운 휴게소인지도 모른다. —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나이가 들면 인간관계는 더 쉬워질 줄 알았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점점 더 노련하고 세련된 사교술을 익히고, 폭넓고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맺을 줄 알았죠.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탐독하고, 유튜브로 부족한 지혜를 채워보려 애써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서툴고, 여전히 쉽게 상처받는 것이 어른들의 인간관계인 것 같습니다.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익숙한 고민이 흘러나왔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사연이었어요. 한 청취자는 상처 주는 관계에 얽매이기보다 소수의 소중한 사람에게 집중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더 가꿔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저 역시 그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에게는 미움받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진심으로 아껴지는 존재가 된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중요한 건, 나에게 상처만 남기는 관계를 과감히 끊고, 진정한 소통과 행복을 주는 사람들과의 추억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70억 인구처럼, 각자의 취향과 성향도 모두 다릅니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지요.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생을 쉽게, 그리고 안락하게 보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무리 짓지 않고서는 한시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면 된다. 언제나 군중과 함께 있으면서 끝내 자신이라는 존재를 잊고 살아가면 된다. ”
“다른 사람들보다 깊고 넓은 사고의 폭을 가진 사람은 조직이나 파벌에 속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 같은 사람은 어느 사이엔가 조직과 당파의 이해를 초월하여 한 차원 높은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조직과 파벌이라는 것은 고만고만한 도토리의 집합체, 작은 물고기의 무리와도 같아서 사고방식까지도 보통 사람의 틀 안에 가두어 버린다. 그러므로 사고방식의 차이로 조직에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하여 자신만을 이상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그것은 조직이라는 좁은 세계를 초월한 넓은 차원에 이르렀기 때문일 수도 있으므로.”


니체의 말처럼, 무리에 어울리지 못한다고 해서 자신을 이상하게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조직이라는 좁은 세계를 넘어선 더 넓은 지평에 이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렇다면, 내 곁의 소수의 사람에게 집중하면서 나머지 시간은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요? 저는 그 해답을 책, 영화, 음악에서 찾고 싶습니다.


특히, 실용서보다는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에세이, 소설, 철학서를 권해드려요.

저는 삶에서 큰 상처를 받은 후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상담 선생님이 제안한 예술 활동 — 글쓰기, 그림 그리기, 음악 감상, 악기 연주 — 덕분에 조금씩 나아질 수 있었어요. 상처가 완전히 치유된 건 아니지만, 그 아픔에 잠식되지 않고 한 걸음 물러나 삶을 관조할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삶이 고독하게 느껴지시나요? 나 혼자라는 생각에 세상이 막막하게 다가오시나요?
그렇다면 저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권하고 싶어요. 이 책은 고독을 통과해 나가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어요.


또한, 제1회 일본감동대상 수상작인 하야마 아마리의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도 추천드립니다.


삶에 지친 주인공이 스스로에게 시한부 1년을 선물하며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도 삶을 돌아볼 작은 용기를 건네줍니다.


“외톨이는 사람들로부터 소외됐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무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외톨이인 것이다.”


이 문장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아직 나만의 무대를 만나지 못했기에 방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어디에서 필요할지 아직 모르기에, 이제부터라도 그 무대를 찾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죠.

혹시 학교나 직장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진 않나요?


그 상처로 마음이 무겁고 아프신가요?


그런 분들께는 애니메이션 영화 『목소리의 형태』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억울한 오해나 모함, 이간질로 인해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받은 경험이 있다면 신카이 마코토의 『언어의 정원』이 큰 위로가 되어줄 거예요.


치유의 시작은 공감입니다. 먼저 비슷한 아픔을 마주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깊은 슬픔을 흘려내야 합니다. 그 후에야 진정한 위로가 마음에 스며든다고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이 세상과 홀로 싸우고 있는 분들에게 드라마 『학교 2013』의 OST 〈혼자라고 생각 말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지치지 않기 포기하지 않기 어떤 힘든 일에도 늘 이기기 너무 힘들 땐 너무 지칠 땐 내가 너의 뒤에서 나의 등을 내줄게 언제라도 너의 짐을 내려놓아도 된다고~


“ 고독은 단 하나뿐이며, 그것은 위대하며 견뎌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의 누구에게나 고독을 버리고 아무하고나 값싼 유대감을 맺고 싶고, 마주치는 첫 번째 사람, 전혀 사귈 가치조차 없는 사람과도 자신의 마음을 헐고 하나가 된 듯한 느낌에 빠지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때가 바로 고독이 자라나는 시간입니다. 왜냐하면 고독의 성장은 소년들의 성장처럼 고통스러우며 막 시작 되는 봄처럼 슬프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꼭 필요한 것은 다만 이것, 고독, 즉 위대한 내면의 고독뿐입니다. 자신의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 몇 시간이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 바로 이러한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저는 왕따, 절연, 직장 휴직 등을 겪으며 삶의 구렁텅이에서 나아가기 위해 애써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말하고 싶어요. 절대,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이 세상엔 아픔을 겪은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수많은 매개체가 존재합니다.

릴케와 알랭 드 보통이 말하듯, 그럴 때일수록 나만의 시간을 소중히 가꾸고,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 보세요.


저는 그렇게 처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은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세요.


그리고 슬픔과 고통을 원천 삼아, 아름다운 당신만의 인생으로 승화시키기를 바랍니다.
그 여정 속에서 가족, 친구, 책, 영화, 음악이 언제나 곁에 함께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는, 불편했던 관계조차 회복될 날이 올지도 몰라요.


아름답게 날아오를 그날까지, 여러분의 건승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