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남다른 감각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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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무위키에서 한 항목을 읽다가, 잔 시오파생의 『어른이 된 영재들』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동안 나를 짓누르던 답답한 감정이 서서히 풀려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 책에서 설명하는 사람들의 특징들이 바로 나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내 마음속 이야기를 누군가 대신 써준 것 같았다.

책에서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극도의 지능과 상처받기 쉬운 과민한 정신, 그사이에 존재하는 긴밀한 연관’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쉽게 상처를 받아왔다. 흔히 말하는 유리멘탈. 사소한 말에도 오래 앓았고, 상황을 과하게 해석하고 고민한 끝에 혼자 지쳐버리기도 했다.


'어떤 사람에게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한 확실성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행동만을 선택하는 그런 어른들의 입장에서 보면 때로 신랄하고 지독한 비판일 수 있다. 이제 자기들은 그런 아이의 부분을 느낄 수 없는 게 아쉬워서 비난하는 것일까?'

기억나는 일이 있다.

한 번은 친구와 경주의 한옥마을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마침 한복 대여소가 보여서, 나는 친구에게 “우리 저거 입어보자”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넌 너무 순수해서 싫어.”


그 말은 농담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마음 깊이 박혀버렸다.


무엇보다도 감탄하는 능력. 아주 사소한 것을 통해 진정한 기쁨에 빠져드는 능력.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도. 그러나 이들은 아주 작은 부당함, 아주 미미한 고통 때문에도 쓰러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상처 입은 짐승, 몸을 일으키기 어려운 노인, 첫걸음을 떼고서 신나다가 넘어지는 어린 아기......


그 책은 이런 사람들의 삶이 대체로 혼란스럽고, 불편하고, 굴곡 많으며, 때로는 파란만장하다고 말한다.

내 삶이 꼭 그렇다. 혼란의 연속이었다.


이미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독특한 사고방식과 정서적 민감성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한다.


나를 두고 “넌 너무 특이해”라고 말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 말은 마치 내가 잘못된 사람이라는 선언처럼 들렸다.


사람들은 때로 타인의 행동을 교만하거나 무례하다고 오해한다.
그리고 그런 오해는 나이를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책에서 가장 아팠던 구절은 이렇다.


'과도한 지능은 이중의 고통이다. 지능은 고통을 주는데, 누구도 그것으로 고통받는 자를 가엾게 여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지능은 질투와 공격을 불러일으키고, 그로 인해 고통은 가중된다.'


이 말은 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다.
내가 느끼는 고통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많은 상처를 받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닫았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혼자가 되는 길을 택했고, 혼자서도 괜찮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로 했다.

나무위키 항목에는 이런 말도 적혀 있었다.


자신의 적성에 잘 맞고, 혼자 몰두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면 행복도를 높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그런 환경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다행히 지금 나는 대부분 혼자 일하는 구조로 업무를 최적화했고, 놀랍도록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우울감을 달고 살았던 내가,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