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을 치유하고 나를 더 잘 알아가기 위해 휴직을 결심했다. 과연 어떤 일이 나와 맞을까? 내가 잘하는 건 뭘까, 또 진짜 좋아하는 건 뭘까. 그 해답을 찾고 싶었다.
첫 번째 휴직 때는… 결국 거의 잠만 잤다.
머리도 안 감고 씻지도 않고, 그저 하루 종일 자고 또 잤다.
‘휴직하면 좋아질 줄 알았는데’는 환상일 뿐이었다. 삶은 더 엉망이 되었고, 우울은 더 짙어졌다. 몸무게는 불었고, 자괴감은 끝도 없이 내려갔다. “내 인생은 끝났구나”라는 절망만이 마음 한가득이었다.
두 번째 휴직은 조금 달랐다.
이번에는 책과 영화를 정말 많이 봤다. 책은 하루 한 권씩, 영화는 어떤 날엔 두 편씩.
그렇게 조용히, 생각의 양식을 채웠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책은 생선 작가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였다. 어쩜 이렇게 글을 맛깔나게 쓰는 걸까, 감탄했고 부러웠다.
그가 SNS에 올린 글을 보고 이병률 시인이 “책으로 내보라”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나에게도 그런 기적 같은 순간이 오기를 바랐다. 그러려면,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써야겠다는 다짐이 자연스레 뒤따랐다.
영화 중 가장 깊이 남은 건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였다. 공상은 내 전공처럼 익숙한 영역이었지만, 이 영화는 머릿속의 상상을 생생한 현실처럼 펼쳐 보였다. 무엇보다도 이완 맥그리거가 노란 수선화 가득한 정원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살면서 그렇게 황홀한 장면은 처음이었다.
(후에 『노트북』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연못가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장면도 가슴 깊이 남았지만.)
『빅 피쉬』를 보고 나니, 나도 어딘가 더 멋지고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여행이 달콤한 로맨스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
또 다른 영화로는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인상적이었다. 세 시간이 넘는 분량으로 5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한 환생에 관한 이야기가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과연, 나와 지금 내 주변 사람들은 또 어떤 시대를 함께했을까 하고 말이다.
결국, 책과 영화라는 두 세계를 통해 나는 조금씩 나를 알아갔다. 내가 좋아하는 건 글쓰기, 상상, 감정의 결, 그리고 여행이라는 걸. 내가 잘하는 건 이야기를 엮고, 마음을 느끼고, 공감하는 일이라는 걸.
그건 분명, 휴직이 나에게 준 소중한 수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