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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화의 <용사산업기사 따기>
2화. 나는 포장용사 김제로
◆ 이세계 입학 첫날, ‘포장용사’ 자격시험부터 시작됐다.
귀리죽 + 눈물 한 방울로 포장력 입증한 김제로.
탈락하면 참전용사행? 입 털기 실력으로 살아남는다!
"어떻게 해야 돌아갈 수 있는 거죠?"
"왜 돌아가려고 하세요. 여기서 용사가 돼서 인생역전을 꿈꾸세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나는 싸움이라고는 해본 적 도 없는데. 게임만 즐긴 인생이라고.
마왕이랑 싸우기 전에 몬스터랑 싸우다가 죽는다고.
"마왕을 물리치면 돌아갈 수 있을지도요?"
마왕을 물리치면 이세계에서 용사로 떵떵거리며 살지 뭐 하러 원래 세계로 돌아가.
원래세계로 돌아가면 택배나 날라야 하는데.
"마왕 잡으려다 죽으면 어쩌지 이 생각하세요?"
"전 운동 잘 못 해요"
"음~ 마왕 종종 나타나긴 하는데요 겁먹을 거 없어요 일단 입시 학원에 가죠"
나는 그들의 이끌림에 용사입시학원에 입학했다.
학원 건물은 엄청나게 컸다. 적벽돌로 지어진 건물이었는데, 건물은 깨끗했다.
"어서 오세요, 우리들의 용사여"
건물 안도 깨끗했다. 검과 방패가 즐비했다.
용사를 하려는 사람이 많은 지 사람이 많았다.
"그래 용사가 되려고요?"
"저 용사 하면 바로 죽어요. 차라리 택시기사 시켜주세요"
"용사가 그렇게 위험한 직업이 아닌데"
몬스터와 마왕을 상대해야 하는데 위험하지 않은 직업이라고?
나를 간악한 혀로 꾀려고 해도 소용없다. 난 절대 안 한다고 할 거야.
"무슨 용사를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래픽운용사, 미용사, 포장용사 등등 있고,
그렇게 위험한 직업이 아닙니다"
"그래픽운용사는 앉아서 하는 일이고, 미용사가 가위를 쓰긴 하죠"
"포장용사는 포장을 잘하는 용사입니다"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용사가. 그런 용사가 아니라니.
다 안전한 직업이잖아. 근데 마왕을 물리쳐야 한다고 했는데...
"아니 마왕을 물리쳐야 한다고.. 하던데요?"
"현세에서는 진상이라고 부른다죠?"
"그렇군요....! 저 용사가 되겠습니다!"
그래 이 정도 용사면 할 수 있어! 용사 그까짓 거! 마왕을 물리치는 거야!
"잘 생각했습니다. 여기 사인해주세요"
나는 입학원서에 이름을 적고 사인을 했다.
그리고 건네주었다.
"음~ 지금 남은 입시학원 자리가 참전용사자리밖에 없어서 그쪽으로 해드릴게요"
"네?"
나는 당황했다.
"아니 포장용사로 해주세요! 참전용사는 얘기가 없었잖아요 “
"포장 잘하세요?"
"네 좀 합니다"
"해보세요"
참전용사는 하면 안 돼.
"저는 포장을 잘합니다."
"운전을 못하는 친구를 소개할 때 항상 이렇게 포장해 줬습니다. 술 못하는 친구입니다."
정적이 흘렀다.
"알코올분해하는 그게 없다고 합니다"
내 앞의 남자는 턱의 수염을 만지작 거렸다.
좀 더 강한 임팩트가 필요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을 굽힐 줄 아는 친구입니다."
남자는 나를 노려봤다.
"사고가 나면 일단 사과부터 하는 친구입니다"
"좋아요 거기까지"
나의 노력이 먹힌 것인가?
"내가 볼 때 당신은 포장을 잘하니 포장용사로 가세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살았다. 참전용사였으면 내 인생은 끝났을 것이다.
나는 두 손을 잡고 그 남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여기에 다시 사인해주세요. 이름 정자로"
"네 알겠습니다"
나는 정자로 이름을 적었다.
"김제로"
"죽으면 모두 재로 돌아가지요"
기분이 나빴지만 내 운명을 쥐고 있는 신과 같은 존재이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숙소를 안내해 줄 거예요. 거기 가서 정비하신 뒤 내일부터 수업 들으세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김제로 용사님"
처음 만났던 여인이 나를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안내를 받고 숙소로 향했다.
"혹시 궁금하신 거 있으신가요?"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마리요"
그녀는 나를 앞서가면서 대답했다.
"근데 포장용사는 뭐 하는 용사인가요?"
"잘하셨잖아요"
"아직 감이 잘 안 잡혀서.."
마리는 웃었다.
"처음엔 다들 감을 못 잡으세요. 내일 되면 아실 거예요"
"오늘은 일단 지급받은 옷 입으시고 저녁 드시면 돼요. 내일 아침 6시에 기상이니까 일찍 주무세요"
옷은 그냥 용사 용인데 누가 입었는지 해져 있었다.
나는 방을 안내받고 거기서 잠깐 누웠다. 택시기사인 내가 이세계에서 용사라고? 용사가 되면 진짜 재밌을 거 같았는데 두렵기 그지없다.
그래도 안전한 포장용사라 다행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저녁 시간이라 저녁밥을 먹으러 갔다.
냄새가 나는 곳을 이끌려 가보니 1층에 식당이 있었다.
"제로 용사님 부르려던 참인데, 이리 오세요"
마리가 나를 불렀다.
"이번에 새로 오신 포장용사십니다"
"안녕하세요 김제로입니다"
나는 인사를 했다.
"와... 포장용사시구나. 저는 참전용사예요!"
바로 앞에 있던 붉은 머리 여자가 말을 했다.
"저는 미용사예요"
붉은 머리 옆에 머리가 화려한 남자가 말했다.
"저는 그래픽운용사입니다"
시무룩해 보이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 말을 했다.
저녁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별로 나랑 관련도 없는 얘기고 내일 만나지도 않는데 굳이 깊이 있게 얘기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별이 뜨고 달이 세상을 비추기 시작했다.
"똑똑똑"
아침이 되었다.
일어나서 문을 열자 마리가 있었다.
"일어날 시간이에요. 준비해서 1층으로 와주세요"
"네 알겠어요"
마리는 뒤를 돌아갔다.
"마리,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아침이에요"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1층에 내려갔다. 그곳에는 어제 만났던 용사들과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네가 포장용사야?"
"네 그런데요"
"이자식이.."
나를 죽일 듯이 째려보는 대머리 사내. 붉은 머리 참전용사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네 실력 좀 봐야겠다."
그는 붉은 머리 참전용사 앞에 있는 귀리죽에 물을 붓더니 내게 내밀었다.
"이 걸 먹고 포장해 봐"
택시일을 하면서도 겪었다.
네가 그렇게 운전을 잘하냐며. 내게 눈감고 주차를 해보라던 그 녀석의 눈초리를.
내가 그의 말을 들을 필요는 없지만, 그들에게 주눅 들어있는, 어제 나랑 같이 먹은 신입용사들을 보니 물을 탄 귀리죽을 먹고 잘 포장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귀리죽을 한입 먹었다.
음. 이건 맛이 없어. 귀리라서 더욱 맛이 없다. 근데 물까지 탔어 이걸 어떻게 포장하지?
"어때? 맛이 별로야? 엉?"
"이 맛은 우리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입니다"
나는 안 나오는 눈물을 쥐어짰다.
그리고 눈물을 귀리죽에 흘렸다. 그리고 한 숟가락을 떴다.
"드디어 그 맛이 나는군요"
"어렸을 적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어머니는.."
"어이 소코마데(거기까지)"
음. 이건 위험하군.
"아무튼 어머니께서 해주신 맛입니다."
"그때는 왜 짠지 몰랐는데, 지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님의 마음을"
"이 귀리 죽은 귀리귀리 보전 될 것입니다. 먹어서 1g이라도 없애는 것은 안됩니다."
정적.
"김제로라고 했던가"
"네 그렇습니다"
"나중에 보자구. 너의 활약을 기대하지"
그들은 귀리죽을 내버려둔 채 갔다.
"정말 대단해요! 포장의 용사!"
미용사가 얘기했다.
"전 정말 귀리죽 다 먹어야 하는 줄 알았다고요...!"
붉은 머리 참전용사가 말했다.
"안 먹을 거면 저 주세요"
그래픽 운용사가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 밥을 먹고 헤어졌다.
밥을 먹고 마리의 안내를 받아 포장용 사부로 들어갔다.
2명의 포장용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 명은 여자인데 분홍머리를 했고 한 명은 남자인데 머리를 묶었다.
둘 다 예사롭지 않았다.
"저 둘을 이겨야 포장용사기능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어요"
아가리 터는 거라면 택시기사하면서 충분히 익혔어. 몸만 쓰지 않는다면 나도 이길 수 있어.
간다.
포장용사 김제로.
@ 작가의 말
그냥 막연히 쓰다 보니 이상한 데로 많이 새긴 하네요.
❤️이 글은 사랑하는 동생(우준영)이 남긴 유쾌하고 진심 어린 이야기입니다.
작은 공감과 댓글 하나가, 그의 세상에 따뜻한 숨결이 되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