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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백만 송이 장미

by 루비

백만 송이 장미


머나먼 별에서 지구로 내려가기 위해 준비하는 작은 영혼이 있었어요. 그 영혼은 지구의 바다가 궁금해서 임금님 몰래 내려갔다가 영영 추방당하는 벌을 받고 말았어요. 그 별에서는 임금님의 허락 없는 외출은 금지였거든요. 임금님은 그 영혼에게 지구로 내려가서 진실한 사랑을 이루고 오라고 했어요. 그렇게 되면 그 자리에 수백만 송이 장미꽃이 필 거라고요. 그럼 다시 우리 별로 돌아오는 것을 허락하게 해 주겠다고요. 작은 영혼은 임금님께 알겠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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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혼은 하늘문에서 문지기에게 자신을 바닷가 마을로 보내달라고 했어요. 가만히 지켜보니 이제 막 두 살 된 여자아이가 있는 어느 목수의 집에서 태어나고 싶어 졌어요. 문지기는 그러겠다고 했고 작은 영혼은 그렇게 두 살 된 여자아이의 남동생으로 태어났어요. 그렇게 둘은 서로 정다운 오누이로 자라며 많은 추억을 쌓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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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부부는 오누이를 사랑으로 키웠어요. 목수가 직접 쌓은 벽돌로 마련한 집 안에 오누이의 방을 만들어주고 장난감과 책들로 풍족하진 않아도 남부럽지 않게 해 주었어요. 둘은 바닷가에서 모래성 놀이도 하고 달리기도 하며 많은 추억을 쌓아나갔어요. 그러나 오누이가 한 살 두 살 커갈수록 세상의 벽은 차갑게만 느껴졌어요. 지구에서는 많은 것을 쌓아두고 누가 더 많이 가졌나 따지는 곳이었거든요. 거친 세상 속에서 오누이는 점차 자신들이 작아지는 것을 느꼈고 점점 외로움이 심해졌어요.


누나는 누나 나름대로 남동생은 남동생대로 서로 상처받고 괴로워했어요. 그렇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의지가 되어주며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어요. 누나가 아플 땐 남동생이 물수건을 들었고 남동생이 지쳤을 땐 누나가 등을 토닥이며 하루하루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누나가 급한 일이 있어 하룻밤 집을 비운 사이 남동생은 꿈을 꿨어요. 자신이 살던 별에서 들었던 임금님의 목소리를 다시 들었어요. 진실한 사랑을 이루고 오라는 명령을 듣던 날 밤의 일이었어요. 꿈에서 깬 남동생은 화들짝 놀랐어요. 참 신기한 꿈이라고 생각하며 문득 누나의 일기장이 보고 싶어 졌어요. 누나의 일기장을 살펴보니 남동생은 가슴이 저릿한 게 느껴졌어요. 누나는 무척 힘들어 보였어요.

‘너무 지치고 힘들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 차라리 내가 다른 별나라에서 온 아이였으면 좋겠어.’


그 일기를 보는 순간, 남동생의 마음도 무너져 내렸어요. 자신이 아무 힘도 못 되어주는 것만 같았어요. 마음 한구석이 시려오며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팠어요. 차라리 자신은 없어져 버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곧바로 바닷가의 절벽으로 달려갔어요. 절벽 위에 서 있던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바다로 이끌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는 깊은 외로움에 이끌리듯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어요.


‘첨벙’


남동생은 파도에 휩쓸려 해변가에 닿았어요. 하지만 영혼은 정말로 고향별로 돌아갔어요. 임금님은 말했죠.


“너는 끝까지 살고 싶었지만, 많이 고달팠겠구나. 짐도 마음이 많이 아프구나. 진정한 사랑은 끝까지 함께 있어 주는 것임을 너로 인해 깨닫게 되었다. 비록 잘못된 선택이긴 하지만, 너의 진심에 이제 벌을 거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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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남동생의 죽음을 슬퍼하며 꺼이꺼이 울었어요. 그리고 내내 남동생을 그리워했어요.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차갑기만 했던 마을 사람들도 세상에서 서로의 어깨를 내어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기 시작했어요. 그리곤 남동생이 떠밀려 온 해변가에 수많은 장미꽃을 심었어요. 그 수가 백만 송이는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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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백만 송이 장미를 하나하나 그리며 동생을 영원히 가슴 깊이 간직했어요.

“다시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동생아, 너로 인해 사랑이 뭔지 더 깊이 깨달았어. 고마워.”


그렇게 오래도록 누나의 마음속에 동생이 자리 잡았어요. 머나먼 별나라에서 남동생의 영혼은 지구별에서의 추억을 곱씹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바라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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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0KlpBqgcEII?si=iMXPuJQY6RC82T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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