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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un 22. 2021

우리의 삶은 곧 이야기

이야기의 매력

 사람은 누구에게나 유독 관심이 가는 게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음식일 수도 있고, 여행일 수도 있고, 음악일 수도 있다. 나도 물론 이 세 가지도 참 좋지만, 오늘은 ‘이야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는 이야기가 정말 좋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몇 해 전 3학년을 맡았을 때 아이들은 나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댔다. 하지만 나는 평소 무서운 영화는 보지도 않고 무서운 이야기는 아는 것도 없었다. 그런데 아동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지금, 다시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면 ‘여우누이’ 이야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이야기 중에 이렇게 오싹하고 소름 끼치는 이야기가 있었다니 나는 조상들의 이야기 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들만 있는 집안에서 딸을 간절히 원했는데 그 딸이 알고 보니 여우였고 집안을 망하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구비 문학 대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여러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각기 다른 판본의 ‘여우누이 전’이 수록되어 있다.


 짜릿한 모험의 세계로 떠나고 싶을 때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를 추천한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두 형제가 죽고 나서 낭기열라라는 세계에서 악당 텡일을 물리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다. 오해와 싸움, 두려움과 용기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이야기를 선사한다. 이 동화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또 다른 동화 ‘미오 나의 미오’와도 어딘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어딘가 엉뚱한 구석이 있고 남다름으로 인해 지쳤다면 엘리자베스 쇼의 ‘까만 아기양’이라는 이야기를 추천한다.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이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출간되어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치기 할아버지와 양치기 개 폴로와 함께 생활하는 까만 아기양이 하얀 양들 사이에서 속상해하다 결국 다름과 차별을 극복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동화만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만화책 속 이야기도 매우 추천한다. 안개꽃을 떠올리게 하는 와타세 유우의 <사랑하는 지금>은 시골에서 도시의 명문고에 진학한 탄포포와 주변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며 강렬한 흡인력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같은 작가의 <환상게임>은 친구인 두 소녀가 <사신천지서>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 무녀가 되어 떠나는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이다. 또한 우울한 블랙을 연상시키는 황미나의 <굿바이 마이 미스터 블랙>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브로 한, 중상모략으로 모든 것을 잃고 감옥에 들어간 한 남자가 되돌아와 복수하는 이야기로 복잡하게 얽힌 인간사에 지친 사람들에게 짜릿한 해방감을 안겨준다.


 한때 퍼스널 브랜딩이 유행했다. 퍼스널 브랜딩 자체가 한 사람의 인생 스토리를 매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떤 경험과 성과를 쌓아왔는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특정 분야의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는 일상생활에 늘 살아 숨 쉬고 있다.


 셰익스피어나 톨스토이처럼 오랜 시간 사랑받는 대문호의 소설은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고 화제의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공부하는 역사도 이야기의 한 흐름이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사랑한다. 설사 그것이 비극적이더라도 그 안에 내재한 얽히고 얽힌 삶의 진실을 마주하고자 한다. 굳이 이야기 자체를 추천하지 않아도 인간은 오래전부터 이야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 자체도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이야기는 곧 우리의 삶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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