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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ul 30. 2021

자신감 있는 태도

나에 대해 바로 알기



"자신감 좀 키워봐."


 내가 교직 3년 차 일 때 교감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정말 자신감이 부족했었다. 지금까지 꽤 많은 성취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없는 태도로 인해 실제보다 과소평가받기도 한다. 그러한 것이 꽤 속상했었다. 오랜 시간 자존감 관련 책도 읽고, 상담도 받으면서 그래도 꾸준히 나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자신감이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자신감 있는 태도란 무엇일까?      


 다정하면서 한없이 부드러운 아버지와 달리 냉담하고 깐깐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서인지 나는 늘 의기소침해 있었다. 이런 내 이미지 때문인지 대학 1학년 연극 시간에 내 역할은 ‘부끄럼쟁이’였다. “난 부끄럼쟁이!”라고 외치는 그 역할이 어찌나 부끄럽던지. 그런데 결국 자신감 부족도 분별하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칠까 하는 두려워하는 마음, 내가 나를 부족하게 평가하는 생각, 나의 부족한 부분에 집중하는 열등의식.     


 내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단 하나만 꼽자면 그것은 나라는 사람을 깨닫고 나서였다. 우리는 생각보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시중에는 MBTI나 에니어그램, 그 밖에 여러 심리검사 들로 사람을 규정하고 규격화하는 것이 많이 나온다. 물론 그러한 검사 도구들도 도움이 되지만 나는 자신에 대해서 쭉 한번 심사숙고해서 써보길 추천해보고 싶다. 나라는 사람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나의 좌우명은? 내가 좋아하는 색깔/작가/음악/영화/책/단어? 가장 기쁠 때? 가장 즐거울 때? 들으면 화나는 말? 싫어하는 단어 등등. 여러 물음에 답하다 보면 진정한 나 자신이 드러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럴 때 나를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되고 나를 사랑하게 되면 자신감은 저절로 생기게 된다.    

 

 나는 애니메이션 <보노보노>의 주인공 아기 해달 보노보노를 너무나 좋아한다.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이유는 보노보노의 외모가 귀여워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비슷한 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보노보는 겁이 정말 많은 해달이다. 보노보노가 제일 무서워하는 건 상상 속의 동굴 아저씨다. 보노보노는 꽤 많은 에피소드에서 실재하지도 않는 동굴 아저씨를 떠올리며 무서워하고 온갖 안 좋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리고 꽤 자주 엉뚱함으로 너부리를 화나게 하고 티격태격한다. 하지만 보노보노가 때때로 던지는 말은 꽤나 진중하고 철학적이다. 나는 이런 보노보노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그리고 보노보노에게서 내 모습을 봤다. 비록 현실에서는 너부리보다도 더 화가 많은 사람과 불화를 겪기도 했지만 나란 사람은 이런 사람이란 걸 인정하니 그 모든 걸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자신감을 100% 만땅으로 채운 건 아니지만, 여전히 소심하고 겁 많은 나이지만, 보노보노가 동굴 아저씨를 상상하며 무서워하듯 조지 오웰의 빅브라더를 떠올리며 막연한 디스토피아를 상상해보며 걱정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자신감이 차오르는 것에 감사해하고 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위험하지만, 근거 있는 자신감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근거의 밑바탕은 바로 나 자신을 바로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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