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과 세상 사이의 거리

by 루비

Cover Image by Freepik



내 고질적인 단점 중 하나는 불의에 쉽게 저항한다는 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직장 1년 차 때였다. 술자리에서 한 상사가 여자 선배의 손을 잡는 것을 보고, 나는 “왜 이러세요?”라며 항의했다. 상사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고, 그 일 자체로 불이익은 없었지만, 이후 비슷한 상황들이 쌓이면서 꽤 껄끄러운 관계가 되었다.


나는 입에 발린 말을 잘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데에도 서툴다. 그렇다고 아주 직설적인 편은 아니지만, 센스 있게 말을 돌리기보다는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라 종종 손해를 본다. 한 번은 상사가 부서 사람들에게 저녁을 사주었는데, 맛있다고 인사하려다 “참 맛있어요.”라는 말이 목에서 턱 막히며 본심이 들킨 적도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인간 군상은 워낙 다양해서, 나에게 꼭 맞는 상사만 만나는 일은 없다. 누구에게나 부족한 점이 있고,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내 문제다. 표정에서도 그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쳐야지 하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네가 뭘 그리 잘났냐?”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잘나서 그런 게 아니다. 오히려 아직 사람을 품을 만큼 그릇이 크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예전에 나를 미워하던 선배와 식사를 하던 중, 내가 “제가 마음이 넓은 줄 아세요.”라고 말했더니 옆에서 보던 상사가 촉촉한 눈빛으로 흐뭇하게 나를 바라봤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불편했다. 왜 늘 후배인 내가 이해하고 감싸야하는가 싶었다. 그때 나는 아직 그릇이 작았던 것이다.


이제는 다짐한다. 다시 비슷한 순간이 찾아온다면, 진심으로 모든 사람을 이해해보려 한다. 그렇게 해서 누구와도 매끄럽게 지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결국 누구와도 완전히 맞을 순 없다. 그게 인간이고, 어쩌면 내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