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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Sep 11. 2021

상처 입은 자의 아픔에 공감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우리나라는 피해자라는 사실을 밝혔다는 이유로 더한 모멸감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 왕왕 있다. 나부터가 대학생 때 집단 따돌림의 희생자인데 그 사실을 밝혔단 이유로 왕따를 주동한 10여 명의 동기 외에도 나머지 방관자 동기들이 한 목소리로 나를 비난하고 나에게 인터넷 상에서 거짓 글로 도배하며 내 인격을 폄하하고 나를 매장시켰다. 나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고 성희롱, 성추행, 인격모독, 폭언 등 어마 무시한 일을 겪었는데도 그 당시 수치스러움과 모욕감으로 아무 말도 못 했다는 이유로 뒤늦게 용기 내어 고백하고 사과를 받고자 했던 나를 그 모두가 한 목소리로 쓰레기년으로 매도하고 짓밟았다. 그런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상처 입은 피해자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온 몸으로 체감했다. 


 내가 학교를 옮겨 이전 학교에서 당한 사실을 고백하고 도움을 요청하고자 했지만 이미 가해자들로부터 나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들은 부장 샘은 검지를 조용히 입으로 가져가더니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나에겐 그게 “입 닥쳐.”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다가왔다. 너무나 순간적으로 당한 괴롭힘이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또한 대학생 때의 일은 학교폭력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2018년에 신설이 되었으므로 그 이전에 당한 나는 그 어디서도 보호받을 수 없었다. 완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가끔 흘리듯이 내 상처와 아픔을 쓰기도 하지만 피해자는 어디서도 보호받을 수 없음을 다시 절감할 뿐이다. 나의 행복과 기쁨, 성공담은 각종 매체, 인터넷 신문사에 보도되기가 쉽지만, 내 아픔, 상처는 바로 휴지조각이 될 뿐이다.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과거는 잊고 현재, 미래만을 생각하라고. 지금을 즐기라고 말한다. 아니 그런데 나는 대학생 때 왕따라는 사실을 꼬리표처럼 평생 달고 사는데 어떻게 그것을 잊을 수가 있단 말인가. 더더구나 대학 동문들과 한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결국 나에겐 “네가 자살하면 모든 게 끝나는 일이야.”라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선 인맥이 좁다는 이유로, 친구가 별로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무시받기가 쉽다. 맥스 루케이도의 <너는 특별하단다> 속 펀치넬로처럼 내 온몸에 잿빛 스티커가 붙어 있는 기분이다. 그런 펀치넬로의 마음을 따스히 어루만져주는 사람은 바로 펀치넬로를 만든 목수이다. 나에겐 그게 절대적 구원자처럼 느껴졌다. 성인, 하느님, 신과 같은........


 하지만 우린 때론 인간에게서 위로받고 싶을 때도 있지 않나. 나와 비슷한 체온을 유지하고 있는,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이웃, 친구, 직장 동료에게서...


 그 마음을 되돌아보며 내가 먼저 다른 이에게 선심을 베풀어보고자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디찬 반응일 뿐이다. 아, 도대체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졌기에 이렇게 사람들한테 외면을 받나. 평생 고독하게 살다 간 고흐가 바로 나와 같은 깊은 절망감을 느꼈을까, 마음속으로 소리쳐 울어본다. 


 아마 누군가는 내가 이런 글을 썼음으로 인해 또다시 무시하고 절연하고 폄하하겠지? 이제 그만하고 싶다. 다 관두고 싶다. 이런 글을 쓰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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