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사람

by 루비

Image by Freepik



나는 어떤 사람일까. 올해 막 서른세 살이 된 여자 초등교사가 내 외피일 것이다. 상냥하지만 소심하고 내성적이기도 한 소녀 같은 감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은 내 성격을 규정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나를 이렇게 생각할까? 물론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누군가와 상호작용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히라노 게이치로가 <나란 무엇인가>란 책에서 이야기했던 분인 개념처럼 말이다.

나는 사람과 관계 맺는 것을 어려워하는 특성이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그리고 대학교에서, 그리고 직장에서도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다. 늘 고독과 외로움과 함께 했다. 그때마다 사람들이 내게 했던 말이 있다. 너는 참 걱정이 없어 좋겠다고. 참 행복해 보인다고. 또 어떤 이는 내가 뮤지컬을 좋아하고 여행을 많이 간다는 이유로 부자가 아니냐고도 했다. 그런데 그런 오해와 억측들이 밝고 명랑했던 나를 더욱 움츠러들고 소외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회색인간에 대해 생각했다. 아무런 색깔도 개성도 없는 인간이 되면 사람들에게 받은 괴롭힘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래서 한 번은 철저히 나를 숨기고 상대방의 취향에 모든 걸 내 맡겼었다. 그의 오른팔이 되었다. 그러자 진짜로 그 사람은 나의 편이 되어주었다. 이것은 나의 좌우명, 주디 갈런드가 했던 말인–다른 사람의 두 번째 모방이 되지 말고 자신의 첫 번째가 되어라-와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말이었다.


이러한 고통이 나를 글쓰기로 이끌었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서 치유하라는 말이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를 입 밖으로 내는 순간, 더 많은 사람들이 내게서 멀어져 갈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책과 음악, 여행으로 몸과 마음을 숨겼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기쁨을 누려갔다. 책을 고르고 읽고 감상을 쓰는 시간들을 즐겼다. 음악을 듣고 감상평을 남기고 공연을 보러 다녔다. 여행을 다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독립출판으로 작은 책도 펴냈다.


매일신문 공모전에 뽑혀서 홍콩과 마카오 여행을 다녀온 일, 대한적십자사 공모전에서 대상을 탄 일, 교원 컴퓨터 대회에서 300여 명중에 1등을 한 일, 교원평가에서 제자들로부터 만점을 받은 일 등등. 비록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삐걱거리는 일이 많았지만 작은 성공의 경험이 내 자신감의 원천이 되었다. 여러 시련에도 불구하고 일어설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 되었다.


내 젊은 시절은 소외와 배척의 순간으로 눈물마를 시간이 없었지만, 그 와중에도 늘 나를 아끼고 소중히 했던 관계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를 갈고닦고 반짝반짝 빛내어 언젠가는 백조가 되어 하늘 높은 곳으로 날아가고 싶다. 그리고 더 이상은 아픔도 슬픔도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 사람들과 행복하게 상호작용하고 싶다.


2019년에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