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외면하지 않았던 사람

by 루비


한 번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은 그 취약성 때문에 나쁜 사람한테 더 쉽게 노출된다고 한다. 가해자들은 취약한 사람을 귀신처럼 알아보고 나쁜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 본성이 드러난다고 한다. 누군가가 취약한 위치에 있다고 외면한 사람들은 그 본성을 드러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나쁜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나는 그래서 의식적으로 감사일기도 써보고,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만난 좋은 사람에 써보고자 한다.


먼저 대학원에서 만난 몇몇 교수님들을 언급하고 싶다. 왜 좋은 교수님들은 학점도 잘 주실까? 지금까지 기억나는 분이 네 분이 있는데 모두 내게 A+학점을 주셨다. 한 분은 <푸른 사자 와니니> 동화를 쓰신 이현 작가님이다. 나는 대학원 첫 학기에 바로 창작 실습을 하게 되어서 부담이 있었다. 그나마 그림책 소장본을 써본 경험이 있어서 용기를 내고 수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수업 내내 나는 이현 작가님의 따스한 말씀과 체계적인 교육에 동화 창작을 즐겁게 배울 수 있었다. 마지막 강의가 끝나는 날까지 과제가 너무 많아서 힘든 점이 없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만큼 강의에 열정을 쏟으셔서 매우 존경스럽고 감사했다.


그다음으로 국어과 쓰기 수업을 해주신 장** 교수님을 언급하고 싶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젊은 교수님의 첫 수업은 글쓰기와 관련한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는 일이었다. 그때 난 직감적으로 알았다. 장 교수님의 수업은 어딘가 남다른 특색이 있는 것 같다고. 한 학기 내내 재미난 토론과 탐구가 이어져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게다가 마지막은 교수님 연구실에 모여서 함께 샌드위치와 커피를 나눠먹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끝마쳤다.


그 밖에도 초등교사 출신의 한 남자 교수님은 <문제아>라는 동화를 함께 읽었는데 내내 따스한 태도로 일관하셔서 마음이 안정됐다. 왕따 트라우마가 있는 내게 “교사들도 서로를 왕따 시키는 세상인데.”라며 분노할 때는 공감이 갔다.


또한 옛이야기 수업을 해주신 푸근한 느낌의 교수님 또한 수업 내내 따스하고 안정감 있게 지도해 주셔서 무척 편안했다. 과제와 학점에 부담을 느낀 내게 안심시켜 주시는 말씀도 해주셔서 더 위안이 됐다. 그때 과제로 제출한 동화 <뺑덕>에 관한 보고서는 내게 많은 통찰을 안겨줘서 큰 힘이 됐다.


또 고마운 사람들 중에 주기적으로 연락해 오는 제자들이 있다.


나는 동화 <플랜더스의 개>와 <소공녀 세라>를 읽으면서 슬펐다. 이 두 편의 동화에서 사람들은 너무 나빴기 때문이다. 네로와 세라가 외톨이 되는데 주변 사람들은 따돌리고 누명을 씌우거나 괴롭히기만 한다. <플랜더스의 개>에서는 네로가 죽은 뒤에나 마을 사람들이 뉘우치고 <소공녀 세라>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친구가 구출하는 걸로 기억한다.


이 밖에도 상처 입은 주인공이 나오는 문학작품이나 애니메이션에 공감하고 위로받아 내 마음을 투영하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돌아보니 내 곁엔 좋은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다만, 나는 트라우마로 인해 겁이 너무 많고 나쁜 사람에 대한 경계심과 부정적인 생각으로 너무 가득했다. 물론 또래나 친구들 중에는 좋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 아쉽긴 하다.


하지만 사랑에는 국경도 없듯이 좋은 사람들과의 따뜻한 경험을 잊지 않고 나도 누군가에게 선한 마음을 베푸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도 종종 좋은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이렇게 글로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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