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달팽이

우리는 달팽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by 루비


초등학생이던 어린 시절, 나와 남동생은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그때 우리 동네 아이들은 모두 같은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 마을에 버스가 다니질 않아 학원을 다니면 등하교 때 학교와 집까지 태워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방이 2개인 작은 집이었는데 5학년 때 큰 불이 나면서 한 달 만에 새로 짓고 방 3개인 빨간 벽돌집으로 탈바꿈했다. 우리 앞집엔 동갑이지만 한 학년 아래인 남자아이가 살았고 그 옆집은 기와집으로 여자아이인 내 친구가 살았다.

조금만 더 내려오면 새로 전학 온 자매가 살았다. 우리는 바로 그 집 앞마당에서 매일 아침 학원버스를 기다렸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나와 남동생은 엄마가 사준 노란 장화를 신고 우산을 쓰고 처벅처벅 바로 그 집 앞마당까지 걸어갔다. 동네 모든 아이들이 모여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 길 옆에는 풀숲이 있었고 자세히 보면 그 풀 위에는 달팽이 수마리가 기어 다녔다. 달팽이는 비가 오면 나들이를 좋아한다. 우리는 그 달팽이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느릿느릿 기어가는 달팽이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많이 보던 달팽이를 어른이 되어서는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요즘도 시골집에 가면 그 시절의 순수함과 아련함이 떠오르곤 한다. 모든 것이 빠른 시대이지만, 가끔은 비 오는 날 멈춰 서서 풀잎에 달팽이가 없는지 찾아보곤 한다. 그리곤 하나둘씩 그 시절 얼굴들을 떠올린다. 토독토독 내리는 빗방울 소리가 마음을 간질이던 날들이었다.


https://youtu.be/vwTyX6koc1g?si=odtmu7BCY5l3bM7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