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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Apr 21. 2022

미운 사람이 있을 때 보는 글

사랑으로 채워주세요

 아직도 영화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그건 바로, 장발장을 감옥에 가두고 출소 후에도 지독하게 추적하고 미워한 자베르 경감이 세느강에 몸을 투신해서 자살하는 장면이다. (실제 장면은 영국 바스에서 촬영됨)굶주린 조카를 위해 빵 한쪽을 훔쳤다는 이유만으로 19년간의 감옥살이를 하고 은인인 마리엘 신부의 은으로 된 값비싼 물건을 훔쳤지만 신부님의 선처로 선한 마음의 힘을 깨닫고 시장이 되어 많은 선행을 한 장발장. 허지웅 작가님이 한 강연에서 <레미제라블>은 꼭 읽어보라고 하셨는데 그 방대한 분량이 엄두가 나진 않지만, 언젠가 푹신한 소파에서 책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음미하며 행간을 파악하며 읽고 싶다. 그나마 영화와 뮤지컬로나마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자베르 경감은 다소 독선적이고 고집불통의 인물로 나온다. 그에게 정의는 무조건적인 법을 수호하는 것이다. 장발장이 어쩌다 빵을 훔치게 되었고 무엇 때문에 탈옥하게 되었는지는 헤아리지 않는다. 절대적인 법의 수호자다. 그런 면에서 아돌프 아히히만이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는 가끔 뉴스에서 접하곤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억울한 사건을. 또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기막힌 사연을. 우리나라는 그것이 하도 심해 ‘화병’을 최초로 만들지 않았는가.


 지금은 절연한 한 때 친구가 이런 말을 했었다.     

 

 “착한 게 좋은 거야? 착하게 살면 뭐해. 이용만 당하지.”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은 착하지 않다, 나쁜 사람이라고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말한다. 마치 착하게 살면 어딘가 모자란 어리숙한 사람이라도 된다는 듯이. 하지만 레미제라블 이야기를 들여다봐도 끝까지 자신을 집요하게 추적한 자베르에 대한 선한 마음을 놓지 않았던 장발장은 평온하게 눈을 감았고, 자베르는 자신에 대한 후회와 번민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결국 ‘선함’의 승리 아닐까. 옛이야기가 말하는 주제인 권선징악은 단순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듯싶다.

     

 누군가는 자신의  일을 다한 자베르 경감이 어떻게 ‘이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사실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 짓기란 쉽지 않다. 사람은  자기 입장이 있고 어떤 사건에 대해서 바라보는 관점도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지 기준을 정해보자면 그것은 바로 ‘공감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타인의 입장에서 공감한다는  또한 쉽지 않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 직접적으로 관계되지 않은 일이라면 냉정을 유지하는  차라리 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론 과도한 감정이입이 나에게 손해를 끼치기도 한다. 나쁜 사람에게까지 공감력을 발휘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감력 언제 발휘해야 할까. 그건 바로 ‘내가  사람을 믿을  있을 때이다.’ 그럼 어떻게 사람을 믿게 되는가. 그건 그가 살아온 인생을 보면   있다. 과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고 만나고 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지게 된다. 자베르 경감이 장발장이 범한 ‘죄’에만 집중하지 말고 장발장이 살아온 ‘history’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미경으로 생물을 관찰할 때도 잘 보이지 않을 때는 적절히 배율을 조절해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에 너무 바짝 붙어서 바라보면 사리분별이 쉽지 않다. 그럴 때 한 발짝 멀리 떨어져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건과 사건 사이에 숨 쉴 틈이 필요하다. 그 빈 공간을 이해와 사랑으로 채워야겠다.



https://youtu.be/DizdiKS0xBY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자베르 경감이 세느강에 투신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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