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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Nov 25. 2022

요즘 학생들도 소설 ‘소나기’를 좋아할까?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

요즘 학생들도 소설 ‘소나기’를 좋아할까?


 나는 학창 시절부터 문학소녀였던 지라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를 중학생 때 교과서에서 처음 접하고 꽤 가슴 시려했던 기억이 난다. 소설 속 소녀는 어딘지 모르게 당돌한 구석이 있고 소년은 꽤 순박한 것이 정감이 갔다. 거기에 더해 아름다운 시골이 배경이란 것도 한 몫했다. 이 작품은 1952년에 발표되어서 그런지 그 시절의 순수함과 서정성이 짙게 배어난다. 하지만 내가 이 소설을 처음 읽던 중학교 1학년 당시는 전혀 상황이 달랐다.


 그 해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은 출산 휴가를 들어가시고 임시 담임 선생님이 나오셨다. 하지만 우리 반에는 전교에서 유명한 소위 ‘일진’ 학생이 6명이나 되었고 반 학생들은 춘추전국시대처럼 소위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수시로 싸워댔다. 어찌나 소란을 피워대는지 학생 부장 선생님도 여러 번 다녀가고 심지어 임시 담임 선생님도 세 번이나 바뀌었다. 그야말로 막장 반이었다. 이렇게 조폭 못지않게 폭력적인 학생들이 많은 반에서 순수한 첫사랑을 그린 이야기인 <소나기>가 얼마나 마음에 와닿았을까. 아마 이 소설을 마음속에 고이 간직한 내가 별종이었을 것이다.


 요즘도 별반 사정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애니메이션 <소나기>는 흥행에 참패했다고 한다. 같은 회사에서 만든 <소중한 날의 꿈>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누군가에게 같이 보자고 했을 때 난 경멸 어린 시선을 견뎌내야만 했다. ‘첫사랑’을 다룬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에 감동받아 고른 나의 안목을 그는 ‘어린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유치한’ 사람 취급하는 것이 여과 없이 느껴졌다. 요즘에는 아련한 첫사랑, 서정적인 시골 정서, 소나기의 추억이라는 키워드는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지 못하는 듯하다.


 그렇기에 언어 미학의 장인이라 불리는 소설가 황순원의 작품, <소나기>가 교과서에 실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 하겠다. 소설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잊혀 가는 추억의 저편에서도 독자들의 마음속에 오래된 것, 옛 것의 아름다움이 고이 간직되기를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의 갈등과 혐오가 많이 줄어들지는 않을까. 한 여름의 짧았던 소년과 소녀의 첫사랑이야기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순수와 애틋함으로 가득 차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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