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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Dec 21. 2022

만성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

사랑의 힘


 삶은 전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인생이 마냥 꽃밭처럼 느껴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물며 우리가 선망하는 유명 연예인, 재벌 2세, 밀리언셀러 작가 등 그들 모두 남들은 모르는 걱정을 안고 살아간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들도 나름대로 일상에서 매일 먼지처럼 쌓이는 걱정거리들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은 불안을 유발한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이라는 책에서 불안은 계급이 있었던 봉건 시대보다 계급이 철폐된 현대 사회가 더 심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봉건 시대는 영주와 농노 간의 관계가 타고난 숙명으로 생각되었다면, 현대사회의 사회적 부와 지위, 명예와 관련된 속성 등은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달린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고난 운명이라 여길 때와 달리 나의 능력 없음에서 비롯된 사회적 낮은 위치가 나와 반대상황에 있는 인물에게 시기와 질투심을 더 강화하고 불안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김태형의 저서인 <풍요중독사회>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언급하고 있다. 그로부터 사회가 더 폭력적이 되고, 냉소적이 되고 분열된다고 말이다.


 우리 안에는 따스한 마음, 가꾸면 가꿀수록 아름다워지는 온화한 마음이 심어져 있지만, 사회에서 낙오되면 안 된다는 절박함, 누군가에게 무시당하면 안 된다는 초조함이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과 아량, 배려를 거두게 만든다. 누군가는 나 대신 샌드백이 되어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만 나는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조금은 불안에서 벗어나는 듯싶지만 결국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주변인도, 당사자도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그것은 비난을 가하는 당사자도 마찬가지다. 그의 속마음은 아마 황무지처럼 메마르고 건조하기 이를 데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임시방편이라면 사람과의 거리를 두는 게 최선이겠지만,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지 않은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나에 대한 자만심을 버릴 때 가능하다. ‘나란 사람은 절대 하찮은 일을 하지 않아.’, ‘나는 절대 그런 사람하고 어울릴 수 없어.’, ‘나에게 그런 누추할 장소는 어울리지 않아.’ 등등 자신이 굉장히 대단하고 잘났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우리를 사람들로부터 갈라놓는다.

 

 물론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싫다는 감정 이전에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사회적 행동장애자부터 알코올 중독자, 도박꾼, 사기꾼, 난봉꾼 등. 그런 사람들은 경찰이든 의사든 심리학자 든 전문가에 맡겨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우리에게는 사려 깊음이 필요하다.


 사람에게는 개인이 살아온 역사가 있다. 살아온 세월이 그 사람의 독특한 성향과 성격을 만들어낸다. 단순히 B라는 행동의 결과만을 보고 비난한다면, 그 사람은 절대 A라는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B에서 파생된 무수한 B2, B3, B4의 문제를 일으킬 것이고 이것은 결국 사회적으로도 손해이다. 우리는 서로가 따로 떼어서 살 수 없다. 모두가 연결된 공동체이다. 특히나 요즘은 언제 어디서든 서로가 연결이 가능한 초연결사회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 마음은 점점 더 섬이 되어간다.


 ‘나 정도라면.’, ‘나는 이쯤은 되어야.’라는 마음을 버리고 가장 낮은 데부터 출발하는 것이 겸손이다. 바보 온달은 평강 공주가 시집오겠다고 했을 때 자신을 놀리지 말고 썩 꺼지라고 할 정도로 자기 분수를 잘 아는 사람이었지만, 평강공주와의 사랑의 힘으로 고구려의 최고 장수가 된다. 둘의 사랑이 어찌나 깊은지 죽어서 평강공주가 올 때까지 관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은 나도, 상대방도 갉아먹지만,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나와 더불어 상대까지 기쁨으로 충만하게, 성장하게 만든다. 


 자신의 조각상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기억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을 사회의 소중한 예술작품으로 만들어내자. 너와 내가 함께 협력할 때, 우리의 만성불안도 걷어낼 수 있다. 그것은 나만 잘났다는 꼿꼿한 마음을 버리고, 다른 사람도 나만큼 멋지다는 존재에 대한 경외감,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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