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동화
“난 왜 혼자일까... 난 매력이 없어...”
교실 구석에서 은이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점심을 먹고 친구들은 모두 교실 밖으로 삼삼오오 놀러 간 후였다. 그때 막 교실로 담임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매력이 없는 사람은 없어. 친구들이 그걸 발견하지 못한 거지...”
“정말 그럴까요? 선생님. 그럼! 선생님은 은이가 선생님 반 제자여서 참 좋아.”
은이는 선생님의 말씀에 어두웠던 마음에 전등이 켜진 기분이었다. 은이는 6학년이 된 지금까지 줄곧 외톨이로 생활해 왔다. 모둠을 만들려고 하면, 친구들은 같은 모임이 되기 싫다고 서로 진저리를 쳤다. 지금까지 다른 선생님들은 그런 은이를 답답해하고 골칫덩어리 취급해 왔었다. 그런데 올해 담임을 맡은 ‘진선미’ 선생님은 다르셨다.
“선생님, 애들이 싸워요.”
“뭐? 어디서?”
“놀이터에서요. 미끄럼틀에 누가 낙서를 써놨대요.”
선생님은 교과서를 꺼내다 말고 부리나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이거 네가 욕 쓴 거잖아.”
“나 아니야. 내가 왜 이런 걸 써?”
“너 평소에 나 질투 많이 했잖아. 그래서 네가 꼬리 친다고 쓴 거 아냐?”
“난 아니야. 그런데 네가 남자애들한테 꼬리치고 다니는 건 사실이잖아.”
“아린, 민유. 지금 여기서 뭐 하니?”
“선생님!”
“무슨 일이야?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선생님, 그게요.”
아린이와 민유는 둘 다 같은 반 선호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서로 둘 사이는 늘 전쟁 직전의 긴장상태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번에 누군가 ‘아린이는 꼬리 치는 불여우’라는 문구를 미끄럼틀에 매직펜으로 써놔서 민유로 추측한 아린이와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글씨체가 민유가 아닌 것 같은데...”
“거봐. 나 아니라고 했잖아.”
“그럼 누군데?”
“얘들아. 일단 교실 와서 이야기하자. 지금 잘잘못을 가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는 것 같아.” 선생님은 모두들 교실로 들어오라고 했다.
“선생님은 탐정도 아니고 수사반장도 아니고 범인을 찾아줄 수는 없어. 하지만 중요한 건, 누군가가 아린이 욕을 썼다는 것이고, 우리 반이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갈등하고 있다는 건 잘 알 수 있어. 무엇보다 서로가 서로를 아껴주고 배려해 주는 분위기가 중요한데 그러지 못한다는 건 선생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반이 너무 경쟁적이진 않았나, 너무 학업에만 치중하진 않았나 반성한다. 선생님도 앞으로의 학급 운영에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그리고 선생님이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고 싶어.”
선생님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으셨다.
“샴쌍둥이 알지? 몸은 하나지만 머리는 둘인 사람. 샴쌍둥이는 하나의 사람일까? 둘인 사람인 걸까?”
“선생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오늘 일과 중요한 일이라서 이야기하는 거야.”
“둘이요. 머리가 둘이면 둘이죠.”
“저는 한 사람인 것 같아요. 몸이 하나니깐요.” 아이들이 저마다의 의견을 표현했다.
“선생님은 이렇게 생각해. 몸을 다쳤을 때 둘 다 느끼면 한 사람, 다른 머리는 느끼지 못하면 두 사람. 그런데 우리 반 친구가 마음을 다쳤을 때, 너희는 같이 아픔을 공감하니? 아니면 남일이라고 생각하니?”
아이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우리는 하나라고 3월부터 늘 이야기했는데 오늘 사건을 보니 서로가 서로를 남으로 대하는 것 같더구나. 친구의 아픔도 보듬어주지 못하고 친구의 기쁨도 함께 축하해주지 못하면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재주가 많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일까? 선생님은 걱정이 된단다.”
아이들은 숙연해졌다. 교실 안 공기가 착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3월 첫 만남을 환영했던 무지개색 가랜드만이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