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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Sep 21. 2023

빵에 얽힌 행복한 추억

박하경 여행기 7화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떠나는 딱 하루의 여행

걷고 먹고 멍 때릴 수 있다면


박하경 여행기 7화 <빵의 섬>   




 

 너무나 재미난 여행기. 나도 이번 여름에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박하경이 빵집을 순례하는 걸 보니 진작 보고 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다음번에 제주도 여행을 간다면 나도 박하경처럼 빵집 탐방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에서는 제사상에도 빵을 올린다고 하니 신기하기도 했다. 쌀이나 보리가 귀해서 밀가루로 만드는 빵을 제사상에 많이 올린다고 한다. 이런 지역, 문화적인 차이가 꽤 흥미롭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내가 경험했던 빵에 대한 추억을 떠올려봤다. 아쉬운 점도 있고 행복했던 추억도 있다.


 먼저 아쉬운 점은 파리에 여행 갔을 때 바게트 빵을 먹어 보지 못한 점이다. 파리하면 바게트빵인데 그때는 오르세 미술관이나 루브르 박물관 등 예술 작품에 온통 관심이 가 있어서 먹는 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 게다가 혼자 여행하는 처지라 주로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었고, 빵집은 생각도 못했다.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다음 여행은 함께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누군가와 같이 가고 싶다.


 빵에 대한 행복한 기억은 ‘에그타르트’에 대한 추억이다. 에그타르트는 포르투갈의 대표 파이로 유명한데,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에서도 만날 수 있다. 나는 십여 년 전 마카오 여행을 가서 에그타르트를 시식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 오기도 했다. 홍콩에서도 맛보았지만 나는 마카오에서 사 먹은 타르트가 좀 더 맛있었다. 에그타르트는 크게 포르투갈식(마카오식)과 홍콩식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취향 따라 고르면 될 듯하다. 홍콩, 마카오 여행직후 에그타르트가 다시 맛보고 싶어서 서울에 파는 곳을 찾아보았는데 한 지점밖에 없어서 겨우 고생해서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은 에그타르트 점이 엄청 많아졌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에그타르트는 맨 처음 수녀원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제복에 풀을 먹이는데 흰자를 사용하고 남은 노른자를 활용하기 위해 에그타르트를 만들었고 그것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음식의 기원을 안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랍기도 하다. 다른 먹거리들의 역사도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더 과거로 거슬러 어릴 땐 피자빵을 정말 좋아했었다. 빵집에 가면 꼭 피자빵을 사 먹었었다. 야채와 치즈, 소시지가 토핑으로 올라간 것이 달큼하고 맛나서 피자빵은 내 최애빵이었다. 그런데 요새는 피자빵을 잘 먹지 않는다. 그보다는 샌드위치를 더 즐긴다. 입맛도 세월에 따라 변하는 것 같다.


 빵을 직접 만드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중학생 시절 클럽활동으로 제빵부를 해보긴 했지만, 그 이후론 거의 빵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 빵만이 줄 수 있는 달콤하고 고소한 빵이 하루를 행복하게 해 줄 것만 같다. 이번 편에서 소개된 제주도 각지의 빵집 제빵사분들의 표정에서도 행복이 절로 느껴졌다. 이번 여름에 함덕 해수욕장 근처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맛있는 빵을 잔뜩 먹고 오기도 했는데 진짜 하루종일 이렇게 커피와 빵을 먹고 있으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의 주식은 쌀밥이지만 가끔 빵을 즐기는 건, 바쁜 일상에 하나의 쉼표를 찍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밀가루를 멀리하느라 빵을 피하고 있었는데, 다시 고소한 빵 냄새를 맡으러 빵집으로 달려가야겠다. 이렇게 또 하나의 행복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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