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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Dec 07. 2023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선물을 할까?

아주 특별한 선물

    



크리스마스에는 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할까? 12월 25일에 태어난 예수에게 동방박사들은 황금, 유향, 몰약을 선물했다. 우리의 왕으로서, 하느님의 아들로서, 죽음을 대신한 구세주로서의 의미를 상징한다고 한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때, 고민하고 정성을 들여서 준비한다. 크리스마스에는 더더욱 그러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하면 미국의 소설가,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짧은 단편이 생각난다. 서로를 애틋하게 사랑하는 가난한 부부의 선물이 안타까우면서도 슬프면서도 감동적이기도 한 이야기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팔아 배우자의 선물을 마련했지만, 가장 어리석은 선택이 된 이야기면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이기도  한...


크리스마스 이브날 양말에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넣고 간다는 이야기는 믿지 않는 어른이 되었지만, 요즘 어린이는 어떨까 싶어서 10살인 우리 반 어린이들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산타는 없어요. 산타는 우리 부모님이에요. 산타는 믿지 않아요.”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나도 10살 때 그랬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내가 어릴 적 받았던 크리스마스 선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인어공주 인형’이었다. 바비인형 못지않게 예쁘게 생긴 미미 인형이었는데 인어의 지느러미를 옷으로 입고 있었다. 나는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초록색 반짝거리는 포장지를 바닷물이라고 생각하고 혼자 이야기를 만들고 놀기도 했다. 타샤 튜더 할머니처럼 인형을 가지고 노는 시간들이 참 행복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 중에 기억에 남는 것도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모교 근처 공부방에 봉사활동을 다녔는데 그때 공부방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면서 기뻐할 아이들 생각에 설렜었다.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가서 선물로 줄 만한 학용품을 고르고 손수 예쁘게 포장한 후, 하나하나 아이들에게 나눠줬을 때의 기쁨과 함께 먹은 호빵, 핸드벨 연주 등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그때의 기쁨을 잊지 못해, <사랑의 몰래 산타> 활동을 하기도 했었다. 나는 봉사활동 자체도 기쁨이지만 학급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더니 친구는 내게 의도가 불순하다며 그건 순수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이기적인 봉사활동이라며 나를 비난했고 우리는 연락을 끊었다. 그땐 내가 정말 나쁜 사람인가 어리둥절하고 깊은 상처를 받았지만, 최근에 봤던 <닥터 린타로>라는 일본 드라마에서 공감이 가는 대사가 있었다. ‘질투는 언제나 정의의 옷을 입고 찾아온다.’     


‘흔한 선물을 주면 당신은 흔한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특별한 선물을 주면 당신은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됩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었다. 무성의하게 아무 선물이나 주면 당연히 화날 것이다. 그러나 나름대로 고심하고 고민해서 준비한 선물이 때론 받는 입장에서는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겠다. 그럴 때 환하게 웃으면서 기쁘게 받아주면 주는 사람은 조마조마한 마음이 옅어지고 행복감이 번진다. 그런 의미에서 선물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마냥 쉬운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오 헨리의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팔아가면서까지 마련한 선물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가 준 선물이 누군가에겐 짐덩어리가 될 수도 있고, 선의로 베푼 선물이 때론 주변 사람들의 비난을 들을 수도 있고...    

 

그래서 누군가는 안 주고 안 받기를 실천한다고 하지만 그건 너무 정 없는 것 같다. 물어보고 주기에는 ‘서프라이즈’의 느낌이 없으니깐 그것도 늘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결국 누군가에게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을 한다는 건, 그 사람에 관한 관심과 사랑의 결정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에게 가장 근사한 선물을 한 동방박사들처럼, 누군가가 만족할 만한 선물을 한다는 건, 평소 그 사람에 대한 취향, 개성에 가장 어울리는 선물을 애정을 듬뿍 담아 했다는 것을 의미하니깐…. 선물, 특히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건 그만큼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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