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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Mar 21. 2024

혼자이지만 행복한 순간들


혼자인 것이 몸서리치도록 싫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혼자여도 아무렇지도 않은데 주위의 시선에 움츠려둘 때가 있다. 어쩌면 이것도 아직 내가 완전히 단단해지지 못해서인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꽤 자주 혼자서 당당히 돌아다녔다. 임용시험 2차 시험을 마치고 혼자 자전거를 타고 경주 여행을 했었고, 유럽 여행도 혼자 다녀왔고, 매 주말마다 지방과 서울을 혼자서 오간다. 참, 생일에 혼자 강릉 여행도 다녀왔다. 전시회도 혼자 자주 다닌다. 뮤지컬도 혼자 본 적이 많다. 혼자 있는 건, 쓸쓸하지만 한 편 행복하기도 하다. 누군가와 함께 일 때는 상대방의 취향도 고려해야 하고 배려할 것이 많은데 혼자일 땐 온전히 내 기분만 맞추면 된다. 그래서 더 오롯이 행복을 느낄 수가 있다.


공지영 작가의 신간,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몇 년 만에 공지영 작가의 책을 집어 들었다. 공지영 작가는 내 20대 초중반을 함께 한 작가님이다. 나는 공지영 작가의 소설과 에세이를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알았고 깨달아갔다. 나에게는 더없이 사랑스럽고 존경하는 작가님이시다. 오늘 첫 챕터를 펼쳤는데 공지영 작가가 스스로에게 ‘나는 언제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하셨다. 그러면서 현재 살고 있는 지리산 이야기도 나오고 타샤튜더 할머니 이야기도 나오고 강원도 산골에 살던 시절 이야기도 나온다. 어쩜 다시 읽어도 나와 너무 취향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타워팰리스 사는 사람보다 돈 따박따박 벌고 아내를 사랑해 주는 남편이 있는 여자가 더 부럽다는 말에는 진심이 묻어난다. 사람들은 저마다 영악하게 재고 따지지만 실은 마음 깊이 사랑하는 사이를 참 부러워한다. 그래서 훼방도 잘 놓는다. 그렇기에 사랑을 이루는 사람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잠시 옆길로 샜지만, 나는 이제 혼자서도 행복한, 당당한 여자가 되고 싶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아름다운 야경을 볼 때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떠올리곤 했지만, 그래도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영혼으로 성숙해지고 싶다. 왜냐면 내가 자유롭고 건강하고 당당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온전히 사랑을 베풀 수 있을 테니깐 말이다. 누군가한테 의지하거나 기대거나 속풀이만 한다면 그 관계는 무너지고 말 테니깐. 씩씩하고 독립적으로 내 삶을 일구어 나가고 싶다. 요새는 재미난 것들이 넘쳐나서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다. 책도 웹툰도 영화도 드라마도 유튜브도 강의도 공연도 게임도 너무나 많아서 탈이다. 게다가 우리 엄마는 일상생활의 중요성을 항상 설파하신다. 공과금 내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이불 빨래하기 등. 


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처럼 조용한 적막 가운데에 글을 쓰는 시간이 참 행복하다. 그리고 어떤 독자가 내 글에 댓글을 달아주어도 행복하고 메일로 협업 제안 메일이 와도 행복하다. 상큼한 그릭 요거트를 먹을 때도 행복하고 포근한 이불속에서 꼼지락 거릴 때도 행복하다. 참, 과거에는 노량진에서 수험생활할 때 고시원 옥상에서 이불을 말릴 때도 참 행복했었다. 옥상에서 바라보는 한강과 지나가는 기차를 보며 어서 시험에 합격해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열망했었다. 그리고 국립국악원에서 사물놀이 공연할 때도 더없이 행복했었고 신라스테이에서 호캉스를 할 때도 행복했었다. 런던 그린파크에서 털퍼덕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던 순간도 잊을 수 없다. 홍콩 연인의 거리에서 바라보던 심포니 오브 라이트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속초와 강릉에서 먹던 오징어순대의 군침 도는 맛도 잊을 수 없다. 행복의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서 나를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홍콩 연인의 거리, 심포니 오브 라이트


나는 이제 화수분처럼 매일매일 행복을 만들어내고 싶다. 하루가 48시간이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잠잘 시간이 되면 너무나 아까울 때가 있다. 아침에 눈 뜨면 달콤한 꿈에 빠져 깨기 싫을 때도 있고, 아침에 옷을 차려입고 음악을 듣고 출근하는 길은 상쾌하다. 우산을 안 갖고 온 내게 우산을 전해주는 이웃의 다정함에 기분이 좋아지고, 스팀세차로 깨끗해진 차를 보며 기분이 맑아짐을 느낀다.

물론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대화 속에서 많은 감정과 정보가 오가기도 한다. 하지만 혼자만의 사색과 여유 또한 못지않게 많은 선물과 행복을 선사해 준다. 그러므로 나는 좀 더 혼자 있는 시간을 누리고 행복을 느끼며 사랑이 충만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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