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줄곧 내 인생이 싫었어요. 괴로운 일만 생겨서 왜 나는 이런 일을 당해야만 하는 걸까 원망했고요. 평생 내 인생을 저주하며 살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런 인생이 아니었다면 아이바 씨와 만나지 못했을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서부터는 내 인생이 좋아졌어요.”
그녀의 말에 가까스로 내 인생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과거에도 확실한 의미가 있었던 거야. 무엇보다 내 인생에 의미를 준 것은 눈앞에 있는 그녀다. “이치노세,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우리의 사랑은 공의존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서로 의존하는 관계가 좋지 않다고 하지만, 나는 뭐가 나쁘다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았다. 그렇다고 고독을 원한 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을 좋아하지 못해서 고독해진 것뿐이다. 고독은 쓸쓸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있어봤자 비참한 생각만 들뿐이니까. 그래서 그들과 거리를 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었다.”
“쓰키미, 사랑해.” 나는 그녀를 외톨이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이 말을 선사한다.
“나도 많이 좋아해요.” 목적지도 없이 그저 모래사장을 걸어간다. 이 낯간지러운 행복에 익숙해지는 날이 올까. 지금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옆에 그녀가 있어 주는 동안은 나도 이렇게 계속 걸어가리라. 그러니까 나는, 앞으로도 계속,
죽고 싶어 하는 소녀의 자살을 방해하고 함께 놀러 다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