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할 수 있을까? 스포일러가 될 이야기를 적을 순 없지만,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은 책을 덮으면 눈물을 펑펑 쏟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 소설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다고 깨달을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느낀다면...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면, 설사 그가 추한 용모를 지녀도, 전혀 이상형이 아니어도 그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신의를 저버리는 이가 아니라면...
이 소설은 손에 잡자마자 단숨에 읽어 내릴 만큼 흡인력이 뛰어나고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전개된다. 추리 소설의 형태를 하고 있으면서도 수학과 물리학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하고 이성에게 매력적인 여성의 연애 스토리를 보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 한 장르에 국한된 게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이 작가는 천재가 아닐까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처음엔 용의자 X, 이시가미의 헌신이 왜 이렇게 과할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이시가미의 사랑을 받는 야스코의 매력이 무엇일까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야기의 후반부에 그 이유가 나온다. 야스코는 이시가미에게 한마디로 삶의 원동력이었다. 살아가는 이유였다. 그냥 사랑에 빠지면 그렇게 된다는 게 놀라웠다. 한눈에 반했다 해도 실망하고 멀어지는 연인들도 많은데 어쩌면 이렇게 한결같을까? 그 이야기는 자세히 나오진 않지만, 아마 천재적인 수학교사였던 이시가미는 야스코가 어떤 인물인지도 한눈에 꿰뚫어 본 게 아닐까 싶다.
연애소설인 <오만과 편견>에서 샬럿은 자신은 외모도 집안도 부족하기에 사랑 없는 결혼을 택한다고 말한다. 사랑을 택한다는 것도 능력이 되어야 할 수 있다는 제인 오스틴의 생각이 엿보인다. 야스코가 이시가미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녀의 타고난 매력 중 하나이다. 그런 매력이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는 지속된 불운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결말은 새드엔딩이었지만, 마음만은 감수성이 풍부해지게 촉촉해지는 그런 스토리였다. 아무리 절망적이고 아무리 고통스럽고 아무리 힘들어도 이토록 자신의 인생을 걸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이 무섭지 않을 것 같다. 인생을 헛살았단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나는 살인에는 공감하기 힘들다. 어떤 식으로든 댓가를 치러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지나치게 논리적인 사람(용의자)의 한계라고 소설에서는 말하고 있지만...
이 소설은 훗날에 고전이 되지 않을까? 너무 아름다운, 깊은 사랑이 버무려진 추리소설 한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