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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ul 29. 2024

불의와 싸우는 용기

약자와의 연대와 희망

영화 <베테랑>을 봤을 때 큰 충격을 받았었다. 힘없고 가난한 트럭운전기사가 재벌의 횡포에 억울하게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서글프고 무서웠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엔 실제로 권력자나 힘 있는 사람에게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건 꼭 지금 이 시대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역사에든 꼭 있어왔다.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한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도 민중들의 항거를 다룬 이야기고 판소리 <춘향가>도 춘향이의 정절과 이몽룡과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탐관오리의 횡포 또한 고발하고 있다. 찾아보면 그런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그런데도 이런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을 뭉뚱그려서 ‘피해의식’이라고 말하면 매우 화가 난다. 한 번도 억울하고 서글픈 처지에 놓여보지 않아서, 언제나 갑질하는 위치에 있어서 너무나 쉽게 상대방을 정신에 문제 있는 사람, 망상을 하는 사람으로 몰아가려는 그 비겁하고도 비열한 태도에 화가 난다. 그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커녕 그냥 자기 안위밖에 모르는 나보다 어려운 처지, 나보다 가여운 처지에 1g의 동정심도 가지고 있지 않은 야만인이나 다름없다. 영화 <설국열차>로 치면 머리 칸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든 말든 자기들만의 호의호식을 누리는 자들이다.   

   

만약 누군가가 쌓아 올린 부가 다른 누군가의 희생과 눈물로 이루어진 거라면, 그 사람은 사실 껍데기뿐인 인생이 아닐까? 그건 사람이 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열한 수단으로 부를 축적해 놓고 그러한 재산으로 자신보다 가난한 처지의 사람을 비하하고 무시한다면 그런 사람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은 언젠가 하늘의 천벌을 받으리라 본다.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재건할 때도 많은 백성들이 노동력 착취로 고통받았고 중국의 만리장성도 마찬가지다. 권력자의 위신과 안위를 위해 피땀 흘린 사람들은 제대로 된 공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희생되었다. 김수영의 <풀>이라는 시의 풀처럼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더 빨리 일어나는 민중은 강인하다. 어떤 억압과 시련에도 강인하게 일어서는 내가 되고 싶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힘이 돼 주고 싶다. 사람들은 현재를 사느라 쉽게 부당한 현실을 잊곤 하지만 역사는 언제나 약자들의 슬픔과 눈물, 투쟁으로 이어져왔다. 일제강점기, 6.25 전쟁. 민주화운동 등등.     


오늘날에는 자본주의의 폐해로 돈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갈등이 심하고 또한 남성과 여성의 갈등도 심하다. 게다가 인종차별, 난민문제, 이주노동자 차별 등 셀 수 없이 많은 혐오와 갈등이 난무한다. 그 과정에서 비주류에 속한 자들은 차별과 배제 속에 고통받는다. 그리고 주류에 속한 자들은 너무나 쉽게 그들의 고통과 슬픔을 무력과 뱀 같은 언어로 봉합하고 별난 사람, 정신이상자 취급을 한다. 과연 누가 진짜 정신이상자일까? 아량도 배려도 동정심도 없는 그들이야말로 진짜 정신이상자고 인격파탄자이다. 물론 어느 드라마 속 변호사의 대사처럼 약한 사람, 가난한 사람이라도 다 착한 것도 믿을 만한 것도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불신이 뿌리 깊은 사회에서는 타인을 쉽게 믿기 어렵다. 그러나 나의 울타리 안에서, 내가 속한 집단 안에서 이유 없는 혐오감과 편견으로 타인을 배척하는 일만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그거야말로 진짜 죄악이 아닐까? 그런 자들이 하나님을 믿고 불경을 외운다면 그거야말로 진짜 추악한 위선이 아닐까?   

  

역사에 위인으로 남는 이들은 언제나 불합리한 일들과 싸워왔다. 왕족과 귀족보다 고통받는 민중 편에서 진심으로 애민정신으로 살아온 이들이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18년간 유배생활을 했던 정약용, 세 번의 파직과 두 번의 백의종군을 했던 이순신, 겨레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유관순 등. 우리가 공부를 하고 역사를 배우는 것들이 다 이러한 정신을 배우고 실천하기 위함인데 요즘 세대들은 다 헛공부를 하는 것 같다. 뉴스에서 자주 보는 건 학교폭력, 직장 괴롭힘, 연예인 인성논란, 교제살인 등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물론 뉴스가 원래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것을 많이 보도하긴 하지만, 세계 최저 출산율이나 세계 최고 자살률을 보면 단순히 착시 현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와 교권침해로 인한 연이은 교사 자살 등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그런데도 눈 가리고 아웅 하며 불합리하고 부정의한 세상을 페브리즈 향기로 감쪽같이 속이려는 자들은 그 속내가 궁금하다. 지독한 이기주의자들인가?     


세상은 혼란스럽고 상처 입은 자들의 포효가 이 세상의 불행을 해치울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적인 순간에도,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찾아야 한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말이 있지만, 꼭 누군가 어떤 어벤저스급 영웅이 나오길 기다리기보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을 모은다면 분명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크게는 IMF 외환위기 때의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은 우리 국민의 저력을 보여준 일뿐만 아니라 작게는 지하철에 발이 낀 시민을 구해준 작은 영웅들까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안에는 선행의 씨앗이 담겨 있다고 본다. 그 씨앗을 잘 발아시켜서 세상을 선의 물결로 가득 채워 나가기를... 그리고 이 세상의 작고 약하고 볼품없는 자들에게도 애정의 손길을 내밀자.     


 


*커버 이미지 출처는 프리픽입니다.


https://youtu.be/gHQGYcinaTA?si=tWXjssVVehluGX3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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