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반창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비 Jul 31. 2024

불안에 압도되지 않기 - 모든 감정은 소중하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를 보고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는 사춘기를 겪게 된 라일리가 새로운 감정들과 맞닥뜨리는 게 신선했다. 내가 처음 사춘기를 겪었던 초등학교 6학년 시절과 중학생 시절이 오버랩되었다. 그때 나도 친구문제나 학업성적문제로 불안해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들을 겪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라일리는 13살이 되어서 하키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하키 경기가 끝나고 유명 선배로부터 하키 캠프에 초대를 받는데 그곳에서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선수로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절친한 친구와 멀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선수들의 텃세에 시달리기도 한다. 한편 그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앞머리를 빨갛게 물드는 등 동질화 작업을 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이 청소년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편이 슬픔이가 주인공이었다면 이번 2편은 불안이가 주인공이다. 불안은 라일리가 실패하지 않기 위해 완벽한 대비를 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불안은 점점 더 심해진다. 나도 언젠가부터 극심한 불안을 겪곤 해서 영화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한편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조차 불안이란 감정을 전면에 내세울 만큼 불안이라는 감정에 압도되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란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불안장애나 공황장애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라일리는 숨 가쁘게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인다.     

과연 이 불안은 어떻게 해소가 되고 라일리가 다시 안정을 되찾을지 궁금했다. 영화 초반에 새롭게 등장한 감정들인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는 1편의 주인공들인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를 내쫓는다. 이건 사춘기를 겪은 라일리의 감정의 격동을 묘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도덕교과서에 적혀있던 ‘질풍노도의 시기’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기존의 라일리의 머릿속을 차지하던 감정들이 쫓겨난다. 그렇게 라일리의 정체성은 흔들린다. 이를 우려한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는 불안이가 차지한 감정본부를 되찾기 위해 되돌아가는 모험을 시작한다. 원래 이야기에서 주인공들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듯 말듯해야 재미를 주기 때문에 여기서도 아슬아슬한 실패가 반복된다.     



하지만 결국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는 불안이가 차지한 감정본부로 되돌아가는 묘안을 생각해 낸다. 그건 바로 다이너마이트로 기억의 저편을 폭파시키는 것이다. 이건 정신의학적으로 뭘 의미할까 나름 생각해 보려 애썼다. 폭파시켜버려야 하는 기억도 있는 걸까? 사실 중요하지 않은 기억은 저절로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다 무의식이 자극되면 다시 되살아난다. 나는 한때 무의식적으로 불안에 압도되어 기억해 내는 것을 어려워한 경험도 있다. 다만, 기억이 아예 산산이 사라지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잊고 싶었던 기억조차 자극이 있으면 자꾸만 무한 재생되기도 하니깐. 이런 게 트라우마인가? 아마도 다이너마이트로 기억의 저편을 없애는 건 어떤 치료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무튼 그리하여 다섯 감정들은 무사히 감정 본부로 돌아오고 기쁨이가 불안의 폭주를 막으면서 라일리가 제정신을 찾는다. 그리고 9가지 모든 감정들이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라일리의 자아상을 갖춘다. 이건 결국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감정들이 다 소중하다는 메시지인 것 같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다 겪으면서 우리는 삶을 진하게 느끼고 자아를 형성해간다. 사춘기 소녀인 라일리도 그렇게 한 뼘씩 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청소년들도 많은 동질감을 느낄 것이다.



정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느낀 영화가 <라라랜드>였다. 이 영화도 다섯 감정들의 박진감 넘치는 모험 스토리에 라일리의 하키캠프 일화가 얽혀서 벌써 영화가 끝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흥미로운 스토리였다. 내면의 감정을 이해하고 또한 흥미진진한 영화 한 편 보고 싶을 때 <인사이드 아웃 2>는 최적의 선택으로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의와 싸우는 용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