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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니 Jun 09. 2023

철학(노자 1편)

유무상생과 관계주의

서양에서는 실재하지 않은 대상을 놓고 사유를 하기 때문에 논리학이 발달되었고 동양철학은 경험의 확실성과 소통에 중점을 두다 보니 논리학보다는 윤리학이 발달되었다 가변적인 유한한 세계를 지배하는 불변의 세계가 있다는 생각이 서양철학의 출발점이기에 이에 비해 경험의 세계는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대부터 현대로 오게 되면서 실체가 없는 영혼이나 신보다 실체가 있는 육체성이 점점 부각이 되었다 육체성을 통해서 인간은 집단에서 개별적 주체들로 무게 중심이 이동된다 경험이 새롭게 부각된다 이성에서 감성, 정신 절대적 우위에서 육체 혹은 욕망이 새롭게 조명되는 시대로 이행한 것이다 집단에서 개별로, 보편에서 특수로, 본체에서 현상으로 가고 있다



노자의 <<도덕경>>이 기나긴 역사 속에서 지금까지 명맥이 이어지고 현시대에서도 관심받게 된 것은 노자의 철학은 변화에 유연하기 때문이다 특정한 이념이나 개념이 아닌 관계에 집중했고 전체주의보다는 개인주의에 집중했다 현대사회는 그 어느 시대보다 여러 가지 복잡한 관계 속에서 커다란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고 그 어느 시대에도 이렇게 개인의 존엄성과 중요성이 부각된 적이 없었다



현대사회는 타인과의 관계를 넘어 동물, 심지어 자신에게도 여러 가지의 페르소나, 부캐, 아바타 같은 자신의 또 다른 자아로 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노자나 공자의 시대처럼 단순히 신분계급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정체성과 관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자의 철학은 현실주의와 실용주의를 기반한 철학이기에 현대과학과도 잘 맞물린다 현대과학은 고전 물리학에서 양자물리학으로 발전하면서 개념과 공식은 더 이상 무언가를 설명하고 정의하기에 충분치 않게 되었고 사실과 관계로 설명하는 게 더 적합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우리 각각의 개인도 한 개념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때로는 누구의 자식으로, 누구의 애인으로 국민으로, 회사직급으로 누구 형, 누나, 동생으로 수도 없이 많다 우리는 누구인가? 아니면 무엇인가? 우리는 다양한 관계로 얽혀있는 관계로 설명되는 존재다



중요한 것은 경계와 중용, 조화와 관계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에 집중해야 한다 경계를 지키려면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알아야 하고 중용을 실천하려면 절대적인 것과 상대적인 것을 알아야 하며 조화를 이루려면 자신과의 타협부터 이루어져야 하고 관계를 설명하려면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모든 것은 나를 아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개인이 유대감으로 이루어진 전체가 된다 이것이 노자가 말한 유무상생이고 무위에서 무불위로 가는 이치다 통찰을 하는 사람은 바로 경계에서 자유롭게 오가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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