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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과경계 Sep 26. 2024

생활문학으로서의 여성민요

이학규의 <앙가오장>

이학규의 <앙가오장> 은 노래가 불려진 현장을 잘 하고 있습니다.     


오늘 날씨 맑다 흐려

빗줄기  한 자락 가볍게 뿌렸구나

모판에 잘 자랐네. 부지런히 모를 쪄서

못집 지고서 앞들로 나갈 적에     

예쁘고 예쁜 새각시도

시누이 올케 손을 잡고

모심기엔 법도도 정연하니

남정네는 앞을 서고 아낙네 뒤를 따라

남정네 소리는 귓가에 요란만한데

아낙네 소리는 가락이 새로워라

새 노래 네댓가락

차례로 듣자하니

소리를 뽑아올릴 젠 바람 안은 부들 같고

감돌아 자지러질 젠 가는 연기 풀리듯

저렇듯 애달프니 원한이 서렸구나

구곡간장 서린 원한 그 누구 때문일런가?     


모를 심으러 나가는 장면, 모심기하면서 소리를 하는 장면이 생생합니다. 남정네 소리는 귓가만 요란할 뿐인데 아낙의 소리가 새롭다 화자는 감탄합니다. 그 노랫가락을 듣자하니 바람을 안아 감돌아 자지러듯, 연기 풀리듯 애달프다고 말합니다. 노래로 뽑아낸 서러운 원한은 과연 누구 때문일까라는 질문에서 지금 여기에 있는 마음이 무너집니다.

     

우리 친정집 낙동리에

오라버니 세분네 인물도 훌륭하지

오라버니 다음으로 이내 몸이 태어나니

우리 어매 우리 아배 이내 몸을 이뻐하사

천냥주고 머리 다래

백냥주고 화장 일습

떠나가는 배에 태워

물아래 총각에게 시집이라 보내셨네

..중략...     

곱디고운 저기 저 메꽃

덩굴이 끊어지면 꽃도 함께 시드나니

시어머님 어른이라고

하시는 말씀 어이없어라

사립문이라 밖을 나와 하염없이 바라보며

흘리는 눈물이 두 볼에 적시는 구나

강물이 막혔다네 어매 아배 사시는 집

물결만 아득하여 끝 간데 모를레라

울어매 울아배

어쩌자고 날 낳았소

애당초 아니 몸 낳지를 않았던들

오늘에 이 슬픔이야 아주아주 없었을걸!     


혼인 전 상황과 혼인 이후 은 극 대조를 이룹 니다.  화자의 독백을 통해 그의 심정을 짐작해 봅니다. 자신을 낳지 않았다면 이런 고통은 없었을 것이라는 탄식에서 한번 더 가슴이 무너져 내립니다. 서러움 혹은 탄식은 여성민요에서 매우 중요한 감정입니다.

     

섬섬옥수 쌍가락지

손가락에 갈고 닦아

멀리보면 달일레라

가까이선 쌍가락지

우리형님 예쁜 입매

말씀 어찌 험하신가

우리 형님 하는 말씀 작은아씨 자는 방에

숨소리가 둘이로고

그런 말씀 마옵소서, 이내 몸 처자이니

나서부터 이제까지 몸가짐 조심조심 했더라오

어젯밤 추운 밤에 마파람 들이 불어

문풍지 떠는 그 소리 대단하더이다.

     

이학규가 김해 지방에서 유배생활을 할 당시 그 지방에서 들었던 노래라고 합니다. 한국구비문학대계에도 기록으로 다수 남아있는 “쌍금쌍금 쌍가락지” 노래는 조선 후기 여성들 사이에서 널리 불렸습니다. 자신을 모함하는 풍문에 대한 화자의 반박이 돋보입니다.

     

여성의 노래는 생활과 밀착된 생활문학입니다. 기록으로 남은 몇 편의 노래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노래를 입증하는 소중한 자료입니다.  유가적 이데올로기로 구조화된 세계 안에서 이중 억압의 삶을 살았던 여성의 곤궁한 상황을 이보다 더 생생하게 전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왕조의 태동과 소멸과는 무관하게 늘 살던 그 땅과 노동의 현장에서 불리고 전했던 노래들은 그 노랫말의 의미를 귀담아듣는 자에 의해 이렇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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