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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은 Oct 19. 2022

3.삭발을 하다.

암 극복일기 ep.3

첫번째 사진은 삭발하기 며칠전에 찍은 사진인데, 가발도 비슷한 머리길이로 맞췄다.

요즘 기술이 얼마나 좋은지 가발티가 정말 안난다.



<2010.10.18.월>

첫 항암하기 이틀 전.

건국대병원 로비에서 오후12시에 바이올린,첼로,플룻 친구들과 함께 봉사연주를 했다.

그동안 항상 해오던 연주인데, 유방암 환우가 되어 연주를 하니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다.

피아노와 진행을 맡은 나는

연주를 마치고

"저도 며칠 후, 항암을 받습니다. 저희의 연주가 조금이나마 여러분에게 힘이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10.21.수>
첫 항암을 받고...새 아침이 밝았다.^^
푹 잘잤다.
그런데 어제 과식때문인건지..항암때문인건지.
아주 약간 울렁거린다. 참을 수 있는 정도이긴 한데...

그래도 항구토제 에멘드 하나 먹었다.
오전 열한시쯤 일어나 물에 현미밥 약간 말아 먹었다. 

김도 같이.
안고픈데 약 먹어야 해서.
두시에 삭발 예약 되어 있었다.
신촌에 장미희 가발가게로 택시타고 금방 갔다.
내가 산 가발이랑 , 부분가발 3개 , 모자도 이것저것 고르고..( 총 108만원--> 건대병원 10% 한것임 )
드디어 삭발 감행!
나보고 두상이쁘다고 하셔서 기분이  괜찮았다.훗.
거긴 항암 전문가발집이라 손님이 있어도 서로의 상황을 알기에 부담없고 좋다.

미용의자에 앉으니 일단 머리를 컷트하신다.

그리고는 바리깡으로 쫙 미셨다.
내가 봐도  자신이 너무나 씩씩했다.

어쩜 울지도 않고 미소로 거울을 보고 있는거니.
솜으로 삭발 머리 소독해주시고.가발을 쓰니
깜쪽같다.^^
우울하지 않게 산뜻하게 혼자서 택시타고 집에 갔다.

이걸로서 삭발의 하루는 마무리!

자려고 누웠더니 머리가 너무 춥고 시렵다.

따뜻한 두건을 쓰고 잠이 들었다.

정확히 14일 후,항암 1차를 하니 삭발을 했음에도 그 몇mm의 샤프심같은 머리카락도 베개에 다 빠졌다.

역시.항암약이.세긴 센가보다.

괜찮아!


<10.22.금>

집 바로 앞에 홍제천이 있다.

요즘 청계천과 같이 변신하고 있는데 완전 좋다

일단 헬스기구가 많고,물레방아,인공폭포앞에 식탁.

자그마한 등산할 수 있는 동산.

오리 가족들과 나룻배.

깔끔한 화장실.

홍제천 사이에 돌담길

게다가 오늘 발견한 건데 홍제천 다리벽에 '모네"의 그림을 걸어놓고 작품설명까지 걸어져 있다.

햇살 가득한 오후 한시.

산책하러 나왔다 완전 기분이 좋아졌다.

한시간 정도 혼자 거닐다가 집에 들어왔더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역시 걸어야 해!

건국대병원에서 읽은 책에서.

어떤 암 말기인 사람이 죽기전에 한번만이라도 걸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지팡이를 들고 병원 한바퀴를 돌았다고 한다.

그랬더니 장운동이 되면서 살짝 배가 고파졌고,평소 좋아하던 우동이 갑자기 먹고 싶어졌다.

죽기전에 그 우동은 꼭 먹고 싶어서 한 젓가락 먹었다.

그랬더니 변이 나오고.

 것 같아서..계속 걷고..걷고.

그리고는 그렇게,정말 걸어서 퇴원했다는 실제 경험담 글이었다.

걷는게 최고인것 같다.

항암 첫째날과 둘째날은 구토증이 조금 있었지만 조카들이랑 놀기도 하고, 피아노 레슨도 하면서 잘 지냈다.

그래! 이렇게만 이겨내만 돼.

(그러나 그것은 4회까지만이었다. 총8회 항암중 나머지 다른약의 4회는  많이 힘들었다.)


<10.27.수>

오전 11:24분  성형외과가서 맛사지법 배우고, 가슴 사진을 찍었다.오른쪽 가슴을 부분절제를 하고 보형물을 넣었는데 크기는 작지만 괜찮다!

바로 피뽑고, 한시간 기다린후 오후1:30분 드디어 첫 백혈구 수치 체크.

혈액 1㎕(마이크로리터) 당 4,000 ~ 10,000 가 정상이라던데

난 4,000  정상이란다. 다행이다.

집에와서 레슨하나 하고,바로 장난감 사가지고 조카한테 갔다.

즐겁게 놀고,언니가 만들어준 청국장이랑 반찬 싸들고 집에 왔다.


<10.28.목 >

정말 푹 잤다.

집에서 뒹굴뒹굴하다가 오후 6시에  부모님을 만나 맛있는 저녁을 먹고 커텐도 샀다.

그리고 집에와서 롱헤어 가발을 한개 더 주문했다.

129,000원.가발이 아주 맘에 든다.

추워져서 거실이랑 안방커텐을 체인지했다.

주방에도 하나 셋팅하고 나니 기분이 정말 좋구나.


<10.29.금>

롱헤어 가발이 왔다.

어쩜 이렇게 스타일이 이쁜지.

부드럽고 색깔도 이쁘고 진짜 대만족이다.

어디 이쁘게 하고 나갈때 쓰고 나가야겠다

다다음주 내 친구 결혼식때.

오늘 집에서 피아노 레슨 한명하고,집에서 푹 쉬는데 티비에서 라면을 너무 맛있게 먹는다.

자연스럽게 나도 라면을 끓인다.

양심상 두번 끓여서 기름은 제거해본다. 밥까지 말아먹었다.

오늘은 밖에 한번도 안나갔다.

이따 재활용이나 버리러 가야겠다.


며칠후엔,

있을 연주회때 입을 드레스를 사러갔다.

친구랑 대방동에 가서 드레스를 사고,맛있는 불고기정식을 먹고,커피모카를 먹었더니 행복하다.

가발에 헤어밴드도 하고,진주 목걸이로 멋도 내보았다.

친구가 찍어준 내 사진을 보니.

환자가 아닌것 같고,아무일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삭발상태라니!

믿기지 않는 현실이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이 말을

생각하며 매일 잘 이겨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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