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가 볼 땐 비범한 사람들이 비범했다.
필자에게 연희동이라는 동네는 어떻게 해도 발걸음이 잘 닿지 않는 미지의 구역이었다. 서교동과 합정동을 매일 오가면서도, 서울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니면서도 연희동과는 정말이지 연이 없었다. 기껏해야 겨우 연남동과 안면을 튼 정도다. 그러던 중 어느 공간의 오픈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시간이 나면 바로 달려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곳이 있는데, 바로 오디너리 핏이다.
카페 공간인 오디너리 핏은 커피와 디저트, 브랜딩, 운영 마케팅 등 각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팀 오디너리 핏의 첫 번째 매장명이다. 평범한 사람의 모임이자 평범한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언제나 특별함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였을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고 말하는 오디너리 핏은 이 공간에 발을 들이는 모든 이들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듯하다.
연희교차로에서 골목을 따라 걷다 이마에 살짝 땀이 맺힐 때쯤 오디너리 핏의 입구가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고 토닥이며 반겨준다. 총 3개의 층으로 나누어진 이 건물을 살펴보면, 1층은 배우 김보라와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보라 다방'이 자리 잡고 있다. 보라 다방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코인을 주는데 이걸로 운세도 볼 수 있다. 2층과 3층에는 어반 플레이의 전시 브랜드인 캐비넷 클럽이 공간을 품격있게 만들어준다. 여러 작가들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3층에서는 원하는 작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그리고 3층의 메인인 오디너리핏은 커피와 샌드위치, 쿠키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11월 23일 기준 2층의 캐비넷 클럽에서는 2020 Jaeyoung Shin exhibition "triptych"이 진행중이다.
카페 공간인 만큼 아무래도 커피에 신경을 쓴 듯하다. 그래서인지 달마다 새로운 로스터리와 함께한다. 샌드위치와 쿠키도 새로운 원두들과 함께 변화할 예정이라고. 필자가 방문했을 땐 아기자기한 컨셉과 아메리칸 레트로 감성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영앤도터스의 원두를 사용하고 있었다. 오디너리 핏은 에스프레소 머신 없이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서브한다. 최근들어 머신 없는 바를 지향하는 곳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커피 토픽도 한번 열어보고 싶기도 하다. 가끔은 에스프레소 머신이 치익-치익 하고 쉴 틈 없이 에스프레소와 스팀을 뽑아내는 소리가 그리울 정도다.
Non 커피로는 대표적으로 우유와 비정제 설탕, 쑥 찻잎을 12시간 이상 냉침해 만든 '쑥(mugwort)'차가 있다. 쑥차라고 하면 구수한 어감 때문인지 손이 잘 안 갈 것 같지만, 다행히 메뉴판엔 머그워트라고 안내되어 있고, 직원분도 너무 맛있게 마셨다는 후기와 함께 유기농 재배방식으로 경남 하동의 농부들이 직접 손으로 딴 어린 쑥잎으로 만들어 새싹에서 느껴지는 상쾌함과 함께 부드러운 쑥 고유의 향, 달달한 뒷맛이 나타나는 쑥차라니. 쑥이 싫어 집 나갔던 막내 아들내미도 돌아와 주문하게 만드는 메뉴다. 필자는 커피를 주문했다.
평범한 3층짜리 붉은 벽돌집을 개조해 더이상 평범하지 않은 공간으로 탈바꿈한 오디너리 핏의 멤버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였다고 말하고 있지만, 필자가 볼 땐 팀원분들이 거의 뭐 각 분야 스페셜리스트들이다. 오히려 사공이 많음에도 배가 산으로 안 가고 연희동에 잘 자리 잡은 것을 칭찬해야 할 것만 같다. 우스갯소리는 이쯤 하고, 연희동에 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준 오디너리 핏에게 박수를. 연희동엔 다른 좋은 공간들도 많지만 푸른 하늘의 시원한 시야감과 테라스에 앉아 연희동 동네를 내려다보며 한적한 오후를 즐기길 원한다면 오디너리 핏에 방문해보자. 맛있는 커피와 함께 테라스에서 스트레스를 다 날려버리기도 하고.
※ 글, 사진 : BW에디터지훈
instagram : @ljhoon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