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힙스터들의 아지트
2018 월드 컵 테이스터스 우승자의 카페라는 타이틀과 함께 세상 힙함을 뿜어대는 카모플라쥬는 뚝섬역 1번 출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나온다. 뚝섬역 1번 출구로 나오면 가장 먼저 블루보틀에 들어가려고 앞에 줄 서서 있는 무리가 보인다. 그렇다면 "훗 나는 이미 가봤는데^^"라고 굳이 입 밖으로 그 말을 꺼내 우월감과 정신승리를 충만히 즐기며 과감히 블루보틀 성수점을 패스해준다. 카모플라쥬는 블루보틀 성수점으로부터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카모플라쥬 매장도 못 보고 패스할 수 있으니 조심하도록 한다.
이곳에 도착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달러 뭉치로 만들어진 테이블 앞에 자리 잡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와본 사람은 알겠지만, 돈다발 테이블 앞에 먼저 앉기 위해 혹은 빈자리가 생기는지 눈치 보기 위해 눈알 굴리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나오는 힙한 음악과 어우러져 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두둥탁!
카모플라쥬에서 커피를 즐기는 방법을 말하기보다는 그저 좌석이 몇 개 없는 이곳에서 빈자리를 포착하고 자리에 앉았다면 일단 절반 이상은 성공이다. 맘껏 즐기도록 한다. 게다가 젊은 분들이 운영하는 곳 답게 스피커에서 나오는 세상 힙한 음악에 몸을 맡기다보면 커피를 마시면서도 스웩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다만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 산속으로 떠난 자연인'이거나 집에서 비발디의 <사계> 같은 슈퍼두퍼 클래식만 듣는 사람이라면 진심으로 살짝 비추하지만 말이다.
달러 뭉치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벽에 큼지막하게 펼쳐진 카모플라쥬의 아트웍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혼자였기에 누가 찍어주질 않아서 못찍었지만 나름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인싸들은 SNS에 본인의 간지를 뽐내는 용도로 사진찍기 좋을 듯 하다. 꼭 SNS를 하지 않더라도 꽤나 인싸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인싸와 아싸의 중간쯤인 '그럴싸' 이니까 사진 없이 재빠르게 패스하도록 한다.
필자는 무려 만 원이나 하는 브라질의 옥션랏 원두로 필터 커피를 주문했다.
주문을 하기 위해 바 앞에 선다. 항상 주문할 때마다 선택장애가 발병하는 필자는 다행히 이곳이 월드 컵 테이스터스 우승자의 카페인 것을 간신히 생각해낸다. '월드 컵 테이스터스 일인자의 커피를 맛보려면 역시 필터 커피를 마셔야지' 라는 마음을 미리 독심술로 알아채셨는지 입에서 "필..ㅌ...ㅓ"라고 나오기도 전에 "브라질 필터는 비싼 원두라서 다른 필터와 다르게 만 원입니다."라고 선제공격을 하신다. 방문 당시 일반 필터 커피는 7천 원이고, 어나더 원두라기엔 케냐밖에 없었다. 브라질 원두를 안 먹으면 왜 때문인지 3천 원의 차액만큼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고, 영업 당한 것 같고, 수 싸움에서 진 것 같기도 하여 브라질 원두로 골랐다.
그렇게 필자는 무려 만 원이나 하는 브라질의 옥션랏 원두로 필터 커피를 주문했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비싸고 안 비싸고가 나뉠 수 있겠으나, 필자는 원두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에 맞는 값은 기꺼이 지불하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커피는 정말 맛있게 마셨다.)
카모플라쥬는 작은 공간이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스트롱홀드의 로스터기부터 에스프레소 머신과 브루잉 바, 그리고 포토존까지 실속있게 한 공간을 힙함으로 가득 채웠다. 사람들도 많이 찾아오고 공간은 그리 넓지 않기에 오래 앉아있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나, 기분 좋게 커피 한 잔 마시고 오기엔 충분한 듯하다. 작은 공간이기에 느껴지는 것들이 배가 되는 카모플라쥬, 힙스터라면 한번은 방문해봄직하다.
※ 글, 사진 : BW에디터지훈
instagram : ljhoon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