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시작과 끝
“감사팀이요? 제가요?”
입사 3년차에 인사팀의 전배 제안 전화를 받고 내 밷은 나의 첫 마디였다. 회사에 감사팀이 있었는지 3년만에 알게 되어 신기했지만, ‘내가 뭘 할 수 있지?’ 라는 불안감도 느꼈다. 하지만 결국 감사팀에 발을 담궜고 오늘의 이 글을 쓰기까지 이르렀다. 이 글은 감사업무를 처음하거나 또는 감사 업무가 아니더라도 보고서 작성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성했다. 감사팀은 언제나 감사 결과 보고서로 업무를 마무리한다. 그 어떤 부서보다 많은 보고서를 썼다고 자부한다. 업무의 영역은 다르지만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고 설득시켜야 한다는 본질은 동일하다. 보고서 작성 시 감사인의 관점이 많이 반영되겠지만, 이런 관점은 나의 업무에 대해 내가 직접 감사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보고서란?
직장 생활은 보고서(이력서)로 시작해서 보고서(사직서)로 끝이 난다. 직장인에게 보고서 작성을 빼놓고 직장생활을 논할 수는 없다. 그러면 이런 ‘보고서’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한자로 報告書라고 쓴다. 報(알릴 보), 告(고할 고), 書(글 서)를 의미한다.
報(알릴 보)는 알리다, 답하다, 보답하다 등의 뜻이 있고, 告(고할 고)는 알리다, 보고하다, 발표하다 등의 뜻을 가진다. 書(글 서)는 글, 기록, 편지 등을 뜻한다. 즉, 보고서(報告書)의 종합적인 의미는 윗사람이나 관계자에게 사실을 알리기 위한 내용을 담은 문서나 글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report이며, 이는 라틴어 're-' (다시)와 'portare' (나르다, 가져오다)에서 유래하여 '되돌려 보내다' 또는 '전달하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보고서는 어떤 사실이나 결과를 '다시 전달하는' 행위를 통해 만들어지는 문서를 뜻한다.
직장에서의 보고서는 나 또는 여러 사람의 생각과 검증된 자료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 정리한 문서라고 풀어서 설명할 수 있다. 임직원 수가 적은 경우에는 대표가 모든 임직원과 1:1로 내용을 파악 할 수 있기 때문에 보고서 작성의 필요성이 낮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업무가 증가하게 되면 대표가 모든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보고서가 필요하고 잘 작성된 보고서는 많은 사람의 시간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우선 한 사람이 통제 가능한 사람의 수는 몇 명일까? 두 가지 이론을 살펴보자.
그라이쿠나스(V.A. Graicunas)의 이론
프랑스의 경영 컨설턴트였던 그라이쿠나스는 부하 직원의 수가 늘어날 때, 상사가 관리해야 하는 관계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그는 상사와 부하 간의 관계를 3가지로 나누었다.
직접 단일 관계: 상사와 부하 간의 1:1 관계
교차 관계: 부하 직원들 사이의 관계
직접 집단 관계: 상사와 여러 부하 직원 그룹 간의 관계
이 이론에 따르면, 부하 직원이 1명씩 늘어날 때마다 상사가 고려해야 할 관계의 수는 급격히 늘어난다. 대표는 원활한 경영을 위해서는 직원과의 1:1 소통, 직원들 간의 소통 뿐 아니라 대표와 조직(팀 등)과의 소통까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소통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보고서가 필요하다. 꼭 상사에게 보고하기 위함이 아니라 동료, 그리고 본인 자신의 기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보고서 작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던바의 수 (Dunbar's Number)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영장류의 대뇌 신피질 크기와 집단의 크기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인간에게 적용하여, 한 사람이 안정적이고 긴밀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인원은 약 150명이라고 주장했다. 던바의 수는 회사 조직의 통제 범위와는 다르지만, 조직 전체의 소통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던바는 이 150명 안에서도 관계의 친밀도에 따라 여러 층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5명: 가장 친밀한 핵심 그룹 (가족, 가장 친한 친구)
15명: 공감과 위로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
50명: 가까운 친구, 저녁 식사에 초대할 만한 그룹
150명: 의미 있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인원 (전통적인 마을, 중대 규모의 군대)
즉, 일정 규모 이상의 인원과 효율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별도의 수단이 필요한데, 보고서가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보고서를 통해 많은 인원이 상호간에 소통하지 않아도 쉽고 명확하게 소통할 수 있다.
보고서 작성이 필요한 구체적인 3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업무 처리 결과의 증빙 자료로 문서가 필요한 경우
구두로만 업무가 이루어지면, 업무 처리의 배경, 목적, 주체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유관부서와 협의하거나 의사결정한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하여 명확한 업무 처리의 증빙으로 활용해야 한다.
2. 내용이 복잡하여 문서 없이는 해당 업무의 처리가 곤란한 경우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다양하고 복잡한 정보를 검토해야 한다. 이런 경우 구두나 간단한 메모만으로는 정보 누락이나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체계적인 보고서 작성을 통해 복잡한 내용을 명확히 정리해야 업무 처리가 원활해진다.
3. 업무 처리의 결과를 일정 기간 보존해야 하는 경우
업무 처리 당시에는 관련 임직원들이 내용을 기억할 수 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 이로 인해 다시 업무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따라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직원이나 부서는 일시적으로 문서 작성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다수 임직원의 수고를 덜어주는 효과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