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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ki Lee Feb 04. 2022

옥상 바닥에는 무엇을 깔까?

테라스에 데크 깔기

우리 집에는 다락방에서 나갈 수 있는 열댓 평 정도의 옥상 테라스가 있다.  방수액으로 코팅된  유리알같이 반짝이는 테라스 바닥에 화분이나 플랜트 박스를 둔다고 생각하니 걱정되었다.


옥상 바닥은 바로 우리 집 지붕이다. 긁히거나 충격받아 코팅이 깨지면 물이 샐 것 같았다. 게다가 눈이나 비가 오면 미끄러워서 다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옥상 바닥에 무엇인가를 깔아야 했다.   

    

첫 번째 아이디어는 나무 데크였다. 전원주택을 상상하면 세련된 나무 데크 위에서 바비큐를 즐기며 좋은 벗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떠오른다. 약간은 색이 바랜 나무 데크가 주는 안정감. 비 온 후 산뜻한 느낌. 맨발로 다녀도 부드러운 촉감. 그럴듯했다.


집에 전동드라이버 정도의 공구밖에 없던 나는 업체를 불렀다. 대충 견적을 알아보니 열 평에 사백 만 원 정도의 비용을 요구했다. 대출받아서 산 집에 많은 돈을 들이는 것은 곤란했다. 나무 대신 영구적이라는 인조 합성목 데크를 떠올렸지만, 가격이 조금 더 비쌌다.  

나무 데크 설치 사례

두 번째는 돈을 들여 테라스를 꾸민 어떤 집처럼 방수공사를 다시 한 다음, 화산석과 잔디로 멋지게 바닥을 장식하는 것이었다. 천만 원이 넘는 공사비로 당연히 우리 집에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다음에 생각한 것이 블록처럼 조립해서 바닥에 깔 수 있는 디자인데크였다. 자재만 택배로 받아서 혼자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이다. 여러모로 고민했지만, 우리 집 형편을 생각하면 최선이었다. 결국 디자인데크로 결정했다. 평당 15만 원 정도니까, 150만 원 정도 들었다. 시공은 간단했다. 레고 조립하듯이 데크재를 배치한 후 고무망치로 가볍게 두드리면 되었다. 열 평 시공하는데 채 두 시간이 들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디자인 데크

아파트 단지 내 다른 최상층 세대를 보면, 사십 세대 중 두 집은 화산석을 깔았고, 열 집 정도는 우리 집 사례를 보고 디자인데크를 깔았다. 또 다른 열 집은 나무 데크를 시공했다. 분양받은 그대로 아무것도 깔지 않은 세대도 절반쯤 되었다.      


입주한 지 칠 년 정도 지났다. 과연 어느 결정이 옳았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결론은 매우 주관적이다. 먼저 나무 데크를 설치한 경우이다. 고려해야 하는 것은 테라스 바닥은 곧 아파트 옥상이라는 점이다. 즉 관리 주체가 입주자가 아니라 관리사무소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입주한 지 오 년이 지나면 아파트는 건설사와 협의하여 5년 차 하자 점검 및 보수공사를 한다. 외벽 도색뿐 아니라 옥상 바닥의 방수공사도 다시 한다. 방수공사를 위해서는 설치된 나무 데크를 모두 철거해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나무데크 철거 및 재시공은 모두 입주자 몫이다. 옆집의 경우 업체를 불러 철거비와 폐기물 처리비를 주고 나무 데크를 걷어냈지만, 다시 설치하지 않았다. 5년 뒤 다시 방수공사를 하여야 하는데 또 일을 치를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집 옥상 (디자인 데크)

화산석을 깐 집은 방수공사를 할 수 없을뿐더러, 앞으로 누수되면 모두 자신이 책임진다는 각서를 써주어야 했다. 디자인데크로 시공한 우리 집은 데크재를 철거하여 지붕 위에 잠시 보관했다가 방수공사 후 쉽게 재설치했다. 옆집의 부러움을 받은 것은 당연했다.  

   

테라스 바닥을 무엇인가로 덮는 것은 확실히 좋다. 무거운 화분을 질질 끌고 다녀도 되고, 눈이나 비가 와도 미끄럽지 않다. 바비큐 등 거친 옥상 활동에도 마음이 편하다. 디자인데크를 써 본 경험을 정리하면 꽤 괜찮은 바닥재고 말할 수 있다. 철거 후 재시공이 가능하다는 점 외에도 육 년이 지나도 크게 변형은 없었다. 나무처럼 매년 오일 스테인을 칠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가장 큰 장점은 합리적인 비용이다. 단점도 있다. 플라스틱이다 보니 여름에 팽창하고, 겨울에 수축하기 때문에 시공할 때 여유를 고려해야 한다. 가장자리에 무거운 화분을 올려놓으면 여름에 팽창을 흡수하지 못해 가운데 통로 부분이 부풀어 오를 수도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단점은 덜 예쁘다는 것, 좀 허접해 보인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옥상 테라스 생활을 즐기려면 바닥에 무엇인가는 까는 것이 좋다. 경제적 문제가 없고, 매년 오일 스테인을 칠하고, 주기적으로 다시 공사해도 된다면 나무 데크 설치를 권장한다. 가성비를 존중하는 사람에게는 디자인데크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예쁜 것을 최고로 치는 아내는 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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