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식물 선택하기
옥상 정원의 백미는 식물이다. 식물이 없는 삭막한 옥상에 앉아 있으면 오히려 마음이 심란해질 것 같다. 장미가 울타리를 따라 아름답고, 철 따라 화분마다 예쁜 꽃들이 피어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된다. 커피 한잔을 마셔도 잘 가꾸어진 정원에서 먹는 맛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식물이 있으면 좋은 것은 알겠는데 무엇을 심어야 할는지는 처음부터 고민해야 한다. 옥상 정원을 꾸미면서 한 가장 큰 시행착오는 식물 선정이었다. 예뻐서 심기는 했는데 관리가 힘들어 죽여버린 것도 있고, 일주일의 기쁨을 위해 1년 내내 고생해야 하는 식물도 있다. 정원이 넓으면 관계없지만, 열댓 평의 좁은 정원에서 사계절 내내 기쁨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 옥상에 맞는 수종 선정이 필요하다.
처음 심은 나무는 나무수국이었다. 조경사업을 하는 아내의 지인이 집들이에 2m 남짓의 모양 좋은 나무수국을 가져다주었다. 칠월부터 우아한 옥색의 나무수국 꽃이 소담스럽게 맺혀 정원을 풍성하게 했다. 우리 집이 ‘수국 예쁜 집’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은 골칫거리다. 전지해주지만, 해가 갈수록 몸집은 커져 간다. 태풍이 불 때마다 노끈으로 꽁꽁 싸매서 바람이 덜 부는 구석으로 피신시켜야 했다. 안 그랬다가는 태풍에 잎사귀와 꽃이 남아나질 않는다. 담이나 펜스보다 키가 큰 나무들은 심지 않는 것이 좋다. 여름에 태풍이 한번 지나가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몸으로 깨달을 수 있다.
포도나무를 심어 여름에 그늘도 드리우고, 바비큐 후에 디저트로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맛있다는 샤인 머스캣 포도 묘목을 심었었다. 첫해부터 포도송이가 여러 개 달려서 기분이 좋았다. 포도 봉지를 씌우고, 유기질 비료도 듬뿍 뿌렸다. 여름에 포도를 맛보았지만, 시장에서 보던 포도가 아니었다. 벌레 먹고, 맛도 없는 형편없는 포도 몇 송이를 얻었다. 사실 마트의 예쁘고 달콤한 과일은 전문가인 농부가 제때 농약과 비료를 줘서 얻은 결과이다. 한두 그루로는 어림도 없다. 과일은 사서 먹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입주 첫해에 길가에서 파는 빨간 장미 묘목을 사서 펜스 앞에 심어 놓았다. 오월이 되자 펜스를 꽃으로 장식했지만, 그 이후로는 무성한 줄기와 이파리 뿐이었다. 장미 농원에 가면 사계절 꽃이 풍성한데, 왜 우리 집은 이럴까? 울타리용으로 나온 가시장미를 심었기 때문이다. 사계장미를 사서 제대로 가꾸면 가을까지 세 번은 꽃을 볼 수 있다. 울타리 장미로 만족한다면 모르겠지만, 장미를 심으려면 사계 장미 중에서 내 취향에 맞는 품종을 골라 심어야 한다.
매월 꽃을 볼 수 있도록 개화 시기가 다른 수목으로 정원을 구성해야 한다. 4월의 라일락, 5월의 장미, 6월의 라벤더, 7월의 수국, 8월의 란타나, 10월의 국화 등. 꽃이 보기 어려운 시기는 다양한 초화류로 커버하면 된다. 백일홍, 천일홍은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는 효자 식물이다.
또 월동이 가능한 수종으로 선택해야 한다. 겨울에 옥상에 비닐하우스를 만들지만, 바람만 막아줄 뿐 밖의 온도와 별반 차이가 없다. 밭에 심은 식물은 뿌리가 어느 정도 보호되는데, 화분의 식물은 외기에 그대로 노출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보온 작업도 한계가 있어 추위에 약한 식물은 실내 베란다로 옮겨야 살 수 있다. 장미, 수국, 라일락, 블루베리 등은 옥상 화분에서 충분히 월동한다. 올리브나무, 포도나무, 유칼립투스, 란타나 등은 옥상에서 겨울을 나기 힘들다. 베란다로 옮겨 키울 수 있는 작은 식물을 빼고는 월동 여부 체크가 중요하다.
꽃과 나무를 심고, 키우고, 즐기는 것은 큰 행복이다. 여행 준비를 철저하게 했을 때 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듯이, 정원도 미리 공부하고 계획을 세워야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의 출발은 정원에 심을 식물의 적절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