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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ki Lee Feb 12. 2022

옥상 화분 어떤 것이 좋을까?

옥상 정원의 화분 선택하기

플라스틱 화분을 다섯 개 주문했다. 제법 큰 특대형 화분이다. 몇 년 전 방부목으로 긴 플랜트박스를 여러 개 만들어 장미를 두 그루씩 심어 놓았었다. 한 녀석은 튼실한데 다른 녀석은 제대로 크지 못하고 비실비실했다. 한 공간에 둘을 심어 놓으니 강한 녀석이 영양분을 다 차지하는 것 같았다. 화분을 사서 나누어 심기로 했다.  

   

8년 정도 지난 우리 옥상 정원에는 다양한 화분이나 플랜트박스가 있다. 예뻐서 산 것, 이웃에게 얻은 것, 내가 만든 것 등, 온갖 화분들이 무질서하게 놓여있다. 정원의 주인공은 식물이다. 식물이 잘 살아가고, 돋보이도록 화분을 선택해야 하는데, 때로는 화분이 주가 되기도 한다. 예쁜 토분을 마련하고, 거기에 맞추어 어울리는 꽃을 사기도 한다. 꽃과 나무에는 미안한 일이다. 여러 해 지나다 보니 깨진 것, 썩는 것, 사용이 불편한 것, 또는 식물에 적합하지 않은 화분이 있어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넓지 않은 우리 옥상에서는 잘 보이는 곳에 꽃이 활짝 핀 화분을 둔다. 아직 어린 식물이나 못난 것은 뒤에 둔다. 예쁜 것만 좋아한다고 뭐라 해도 할 수 없다. 해를 좋아하는 식물, 그늘에 심어야 하는 녀석도 있어 철에 따라 화분을 옮겨 주어야 한다.  화분을 오래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도시에서는 깨진 화분의 처리 곤란하다. 이동성과 튼튼함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각자의 개성에 맞는 정원을 가꾸려면 미관도 중요하다. 실용을 최고 덕목으로 치는 나의 기준이라 참고만 하면 좋겠다.  

    

옥상정원에 제일 먼저 들인 것은 삼나무로 만든 플랜트박스였다. 큰 것으로 여섯 개를 마련했다. 가격은 비쌌지만, 옥상 테라스의 감성에는 어울렸다. 두 해가 지나니 하나둘 나무가 썩기 시작했다. 계속 수리하고, 오일 스테인도 칠했지만 지금 남아 있는 것은 단 한 개다. 그것마저도 옆구리가 다 삭아서 흙이 쏟아지고 있다.  

    

마지막 남은 삼나무 플랜트박스 - 삭아서 흙이 쏟아진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플랜트 박스를 직접 만들었다. 방부목을 쓰고, 매년 오일 스테인을 칠해주니 삼나무 플랜트 박스보다는 오래간다. 초보 작품이라 약간은 비뚤비뚤하고 엉성하다. 나는 수제 감성이라고 우기는데, 아내는 예쁘지 않다고 더는 만들지 말라고 한다. 비용은 사는 것보다 삼 분의 일 정도로 저렴하다. 만드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품질이 들쑥날쑥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만든 플랜트박스 - 이동하기 좋게 작게 만들었다

어떤 이웃은 텃밭과 화단용으로 진짜 큰 방부목 플랜트 박스를 샀는데 감당이 안되어 옥상 방수 공사할 때 없애 버렸다. 개인 주택의 옥상이라 자기가 방수에 책임질 수 있으며,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면 방부목 플랜트박스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아내는 토분 마니아다. 화훼시장에 가더라도 눈길은 토분 가게로 향한다. 예쁘기는 한데, 너무 무겁다. 게다가 화분이 두꺼워 보기보다 흙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작은 화초를 심기는 괜찮다. 나무나 다년생 화초를 심으려면 큰 토분을 사야 한다. 비싸기도 하지만 너무 무거워 허리 디스크에 걸릴 위험도 있다. 추천하지 않는다. 도자기나 옹기로 된 화분도 잘 깨지고 무거워 작은 것만 사길 권한다.     

토분 - 너무 무거워서 옮기기 힘들다
대형 플라스틱 화분 - 나무수국을 심었는데 6년째 짱짱하다

시커먼 고무 화분은 가볍고, 튼튼하고, 오래간다. 하지만 내가 봐도 너무 못났다. 잘 보이지 않는데 두고 고추나 호박을 심을 때는 적당하다. 다이소에서 오천 원 주고 철제 양동이를 몇 개 사서 잘 쓰고 있다. 물론 화분으로 쓰려면 바닥에 구멍을 여러 군데 뚫어줘야 한다. 생각보다 부식에 강하고 튼튼해서 작은 나무들 심기에 좋다. 색깔도 다양하게 있어 선택의 폭도 넓다.

    

가장 추천하는 것은 플라스틱 화분이다. 플라스틱이란 어감에 ‘싸구려’ 느낌이 있지만 다양한 제품이 나온다. 입주 첫해에 나무수국과 미스킴 라일락을 특대형 플라스틱 화분에 심었는데 아직 짱짱하다. 항아리와 비슷한 색감이라 촌스럽지도 않다. 코스트코에서 산 중형 플라스틱 화분도 모양이 예쁘고 튼튼해서 꽃을 심어 놓으면 예쁘다. 무엇보다도 가벼워서 좋고, 두께가 얇아 생각보다 흙이 많이 들어간다. 다양한 재질의 플라스틱 제품이 시중에 있다. 너무 싼 플라스틱 화분은 햇빛에 쉽게 상하고 깨진다. 제대로 된 것은 오래 써도 문제가 없다.     

코스트코 중형 플라스틱 화분 - 저렴한데 쓸만하다

예쁜 것을 좋아하는 아내도 이제는 플라스틱 화분을 선호한다. 작년의 옥상 공사 때 무거운 화분 때문에 고생한 기억 덕분이다. 이번에 새로 산 플라스틱 화분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옥상 생활도 조금은 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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