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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ki Lee Mar 19. 2022

도시의 텃밭 농사

도시에서 어떻게 텃밭을 구할까?

도시인에게 텃밭의 의미는 무엇일까. 옥상에서 내려다보이는 갑천 변에 아파트를 지으려는 넓은 공터가 있었다. 작년 봄, 귀퉁이에 누군가 작은 텃밭을 일구었다. 소문은 정말 빨랐다. 보름쯤 뒤에 다시 보니 그 넓은 공터가 대부분 텃밭으로 변해 있었다. 개미처럼 달려들어 밭을 일구는 모습. 장관이었다.  

   

도시인도 흙에 대한 향수가 있는가 보다. 10여 년 전, 아파트에서 작은 텃밭 상자 두 개를 베란다에 두고, 상추와 고추 모종을 심었다. 햇볕이 잘 들지 않고, 바람도 통하지 않는 동향의 베란다. 제대로 키워보지 못하고  죽여버렸다. 물론 채소 재배에 대한 상식도 없었다.

테라스 구석에 텃밭 상자 몇개를 두었다 - 봄 쪽파


열댓 평의 테라스가 있는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 온 후, 텃밭 상자를 10개나 마련해서 옥상 텃밭을 시작했다. 상추,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등. 재배 방법을 검색하고, 열심히 가꾸어서 첫해는 그런대로 소출이 있었다. 삼겹살을 구운 다음, 텃밭의 상추와 고추를 따서 쌈 싸 먹는 기쁨. ‘그래, 바로 이 맛이야.’ 나름 즐거웠다.   

  

문제가 생겼다. 텃밭 상자라는 것이 흙의 깊이가 낮아 작물 선정에 한계가 있다. 상추 등 쌈 채소는 키울 수 있으나, 고추, 가지, 토마토 등 뿌리가 큰 식물은 잘 크지 않는다. 퇴비와 유기농 비료를 보충한다 해도, 매년 흙을 다시 사용하다 보니 영양이 부실해지고, 잔병치레도 심해진다. 결국 옥상에서는 쌈 채소와 쪽파 등 몇 종류만 남았다.     


두 해 전,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 농장에 10평의 텃밭을 분양받았다. 수도가 설치되어 있고, 농자재와 비료를 제공하는 조건에 매년 12만 원을 낸다. 노지라 고구마, 고추, 가지, 토마토 등 땅에서 키워야 하는 채소를 심을 수 있다. 아침상에 꼭 샐러드가 오르는데, 제철에는 채소 걱정을 하지 않는다.    

텃밭에서 키우는 쌈 거리

  

사람 욕심은 끝이 없는가 보다. 감자 등 더 많은 작물을 키우고 싶었다. 텃밭이 더 필요했다. 집 근처에서 얻을 수 있는 텃밭 분양정보를 검색하여 지원했다.  

   

  ○ 대전농업기술센터/ 6평, 45개소/ 경쟁률 11:1 / 결과: 탈락

  ○ 복용동 도시농업농장(대전시) / 6평, 310개소/ 경쟁률 6:1 / 결과: 탈락

  ○ 도안 텃밭(대전서구청)/ 5평, 130개소/ 신청 중   

  

두 군데는 탈락이다. 도안 텃밭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로또복권을 사는 기분이다. 경쟁률이 더 심할 것 같다. 작년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텃밭 관심이 커졌나 보다.  

    


왜 많은 사람이 텃밭 농사를 지으려 할까. 나는 12만 원을 주고 텃밭을 얻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20만 원 이상의 소출을 얻지 못한다. 종자나 모종값을 회수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흙을 일구며, 식물이 커 가는 모습을 보며, 직접 기른 채소를 식탁에 올리며 얻는 행복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어린 자녀가 있다면 같이 농사를 지으며 추억을 쌓을 수 있다. 남는 장사다.

집 근처의 농장 - 50여 명이 텃밭을 분양받았다

     

공공기관에서 분양하는 텃밭은 저렴하고 시설이 좋다. 무조건 시도해야 한다. 개인이 분양하는 텃밭도 괜찮다. 분양 전에 수도 시설이 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한여름에는 며칠마다 물을 주어야 하는데 한두 번은 물통으로 물을 나를 수 있다. 결국은 힘들어 포기하게 된다.   

  

자동차로 한 시간 걸려 가는 곳은 텃밭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1주일에 한 번은 찾아야 한다. 어렵지만, 도시에서도 찾아보면 텃밭 공간이 있을 것이다.   

   

3월 중순.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다. 이틀 전에 텃밭에 퇴비를 주고 흙을 뒤집어 놓았다. 다음 주에는 이랑을 만들고 비닐 멀칭을 할 예정이다. 때맞추어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고 가꿀 것이다. 올해 텃밭 농사도 풍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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